사망-실업 등으로 채무 못갚을때 보험사가 대신 상환해주는 상품
코로나 사태-금리 인상 여파 인기… ‘핀다’ 서비스 1년만에 2만명 가입
“대출 계약때 가입 권유 허용해야”
두 자녀를 둔 외벌이 직장인 A 씨(42)는 2017년 1억 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3년 뒤 A 씨는 간암 진단을 받고 퇴직하게 됐다. 소득이 갑자기 끊기면서 A 씨 가족은 매달 나가는 치료비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다행히 대출을 받을 때 함께 가입한 ‘신용보험’이 있었다. 매달 4만 원가량의 보험료를 냈던 A 씨는 1억2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 대출을 모두 갚고 남은 돈을 치료비와 생활비로 쓸 수 있었다.
신용보험은 대출 고객이 사망, 상해, 실업 등으로 채무를 갚을 수 없을 때 보험사가 약정한 대출금을 대신 상환해주는 상품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대출 미상환’이나 ‘빚 대물림’ 문제를 예방해주는 신용보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 신용보험 가입 1년 새 4.7배로 급증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신용보험 계약 건수는 2만2987건으로 2020년(4918건)의 4.7배로 급증했다. 이 보험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용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50여 건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신용보험 가입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빚으로 연명하는 취약계층이 늘어난 데다 최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채무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대출 비교 핀테크 기업 ‘핀다’는 2020년 12월부터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단체보험 제휴를 맺고 ‘대출상속 안전장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다를 통해 대출받는 고객에게 무료로 신용보험 가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신용보험 가입자는 2만 명, 가입 금액은 3403억1500만 원을 넘어섰다.
○ “빚 상속 막는 대안, 규제 정비해 시장 키워야”
하지만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신용보험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신용보험이 방카쉬랑스(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 채널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용보험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는 민간 방파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신용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많지 않다. 메트라이프생명이 2016년 3월부터 신용보험을 선보였지만 시장이 커지지 않자 2017년 9월 판매를 중단했다.
이른바 ‘꺾기’(구속성 금융상품 계약)에 대한 소비자 보호가 강화된 뒤 은행 등 대출기관들이 신용보험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신용보험은 상품 특성상 대출과 연관성이 크지만 국내는 대출과 보험 창구가 완전히 분리돼 있어 신용보험에 대한 안내나 가입이 연결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용보험이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일본 등에선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신용보험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부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출 계약을 체결할 때 신용보험을 권유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신용보험은 가입자 가족의 생계 안정에 도움이 되고 대출기관의 재무 건전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공정한 가격과 적절한 판매 방식이 갖춰진다면 시장이 충분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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