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탓 원료인 대두 생산 급감… 우크라 침공 겹쳐 식용유 가격 폭등
한국 식당용 최대 84% 상승… 자영업자 “가격인상 밖에 답없어”
치킨 도넛 돈가스 등 값인상 자극… “애그플레이션 심화” 지적도 나와
서울 양천구에서 꽈배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최근 한 달 식용유 값으로 지난해보다 50만 원을 더 쓰고 있다. 한 통(18L)에 3만4000원이던 카놀라유 가격이 이달 들어 5만8000원으로 70% 올랐기 때문이다. A 사장은 “올해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 값 상승에도 인건비를 줄여가며 버텼는데 이제는 가격 인상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된 ‘식용유 쇼크’로 국내 식품 물가가 위협받고 있다.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식용유 값이 치킨, 도넛, 돈가스 등 외식 물가까지 끌어올리며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가격 상승)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년 만에 최고치 찍은 ‘식용유 쇼크’
이달 초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대두유(콩기름)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79.54센트(약 962원)로 지난해 말 55.85센트(675원)보다 43% 올랐다. 이는 10년 만에 최고가로 1년 전보다 218% 올랐다.
국내 식용유 가격도 급등세다. 30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mL)은 이달 3580원(최저가 기준)으로 지난해 3월 1980원보다 81% 올랐다. 같은 기간 해표 식용유(900mL)는 2900원에서 3900원으로 34% 상승했다.
식당에서 주로 쓰는 18L들이 식용유 인상 폭은 더 가파르다. 최근 1년간 롯데푸드 콩식용유(18L)는 84%(2만7450원→5만430원) 올랐고, CJ제일제당 백설 카놀라유(18L)는 66%(3만8310원→6만3760원) 상승했다.
식용유 가격은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이상기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 겹쳐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지며 식용유 가격이 폭등세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카놀라유 원료인 유채와 해바라기씨의 생산량이 각각 세계 7위와 1위다.
○ 국내 식품물가 들썩…해외는 품귀 빚기도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업소용 식용유를 취급하는 한 도매업자는 “지난해부터 매달 식용유가 2000원씩(18L 기준) 오른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식용유를 며칠 더 쓰거나 폐업까지 고민할 정도”라고 전했다. 자영업자 인터넷 카페에는 “튀김 메뉴를 뺐다” “식용유 값이 코인처럼 오른다”는 탄식이 잇따른다.
해외에선 식용유를 전략물자처럼 수출을 제한하기도 한다. 팜유 세계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올해 팜유 가격이 50% 이상 오르자 이달 팜유의 내수 공급 의무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리고, 수출세를 대폭 인상해 수출 자제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 일부 마트에서는 식용유가 동나고 개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국내 식용유 값 추가 인상도 이어질 예정이다. 업소에서 주로 쓰는 사조해표 대두유는 다음 달 4%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롯데푸드 역시 1년간 40% 이상 올린 업소용 콩기름 가격을 다음 달 10% 인상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반기나 연 단위로 이뤄졌던 수입 계약이 최근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며 분기 또는 월별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세계 해바라기씨 공급량의 60%를 차지하는데 파종을 아직 반도 못 했다”며 “해바라기유뿐 아니라 대체 식용유 값이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전쟁발 식량위기’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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