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르면 4월부터 1년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주려는 것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선의 결정타로 꼽히는 부동산 민심을 서둘러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지난달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로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들썩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보유세가 불어난 다주택자에게 세 부담을 낮춰줌으로써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 “매물을 팔 기간을 넉넉히 드리는 것”
31일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세율 적용 면제 방침을 발표하며 “(다주택자들이) 예측 가능성을 갖고 지금부터 매물 관련해 (매수할) 사람을 찾거나 계약하거나 미리 준비할 기간을 드리기 위해 오늘 브리핑을 한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요청한 점에 대해선 “현 정부에서 지금 (시행령 개정을) 발표해주면 많은 분이 매물 팔 기간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해 다음날 양도분부터 중과 1년 배제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인수위는 매물이 빨리 늘도록 정책 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다른 주요 공약들과 달리 양도세 중과세율 배제는 국회 법 개정을 거치지 않고 신속히 시행할 수 있다.
양도세 중과세율 배제는 정책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정책 효과도 높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중과한다. 집을 팔면 양도차익의 최고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세율은 82.5%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중과 세율을 면제하면 최고 45%의 기본 세율만 적용돼 세금 부담이 대폭 낮아진다.
본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이번 조치로 줄어드는 양도세를 추산한 결과 세 부담은 큰 폭으로 줄었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1채를 팔면 현재 세금은 6억106만 원이다. 하지만 중과세율이 면제되면 세금은 3억9335만 원으로 35% 줄어든다. 서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1채 팔 때 세금은 1억2462만 원에서 7355만 원으로 40% 감소한다.
이날 윤 당선인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를 지시하면서 대출 규제 완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는 LTV 상한을 80%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인수위는 또 이사나 상속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이들에겐 일정 기간 내에 주택을 양도하면 1가구 1주택으로 보고 비과세하는 방안이 올해부터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엔 매물 나온다” vs “보유세 완화까지 버틸 것”
전문가들은 매물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는 “종부세만 1억 원 넘어 못 버티겠다고 하소연하는 집주인들이 꽤 많았다”며 “양도세가 완화되면 충분히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현 정부가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배제했을 때 매물이 나오는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조정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이라는 조건이 달려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집값 상승 기대감도 컸다. 이번엔 이런 조건이 없는 데다 금리 인상이 예고돼 시장 분위기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나 다주택자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로 보유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최근 다주택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보유세도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며 “다주택자 보유세도 같이 완화하겠다고 하면 집을 팔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적정 세율 구조를 고려한 근본적인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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