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인 첼시 인수전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도 계열사를 통해 첼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체투자’의 일환으로 글로벌 스포츠 구단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 하나금융, KB 잇달아 첼시 투자 눈독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첼시 매각을 담당하는 미국계 투자은행(IB) 레인그룹은 최종 인수 후보를 4개 컨소시엄으로 압축했다. 앞서 하나금융투자는 영국 부동산 재벌인 닉 캔디가 첼시를 인수하기 위해 구성한 ‘더블루풋볼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4개 후보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최종 후보에 오른 컨소시엄으로부터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아 재도전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참여 제안을 받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명문 스포츠 구단에 투자하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데다 글로벌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첼시 인수에 성공하면 한국 자본이 유럽 최고 리그의 구단에 투자하는 첫 사례가 된다.
KB금융그룹 계열사도 첼시 인수전에 FI로 참여했다가 해당 컨소시엄이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자본금 투자에 나선 적은 없다”면서도 “운용 펀드를 통해 재무적 투자 시도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 C&P스포츠의 김나나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하나금융과 한국의 투자자들이 다른 컨소시엄 합류를 제안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 해외 PEF·국부펀드는 스포츠 산업 ‘큰손’
이미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와 국부펀드 등은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털 파트너스는 2006년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 포뮬러원(F1)을 운영하는 F1그룹을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해 2016년 44억 달러에 매각하며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구겐하임파트너스는 2012년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를 21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한 다저스의 가치는 40억7500만 달러에 이른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공격적으로 스포츠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지난해 11월 EPL 구단 뉴캐슬의 지분 80%를 3억 파운드(약 5000억 원)에 사들였다. 카타르투자청(QIA)은 자회사를 통해 2011년 일찌감치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의 명문 구단 파리 생제르맹(PSG)을 인수했고, 아랍에미리트의 시티풋볼그룹(CFG)은 EPL 맨체스터시티를 비롯한 전 세계 축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큰손들이 앞다퉈 명문 스포츠 구단을 사들이는 것은 글로벌 스포츠 산업이 연간 5%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다 중계권 시장까지 결합돼 세계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글로벌 스포츠 구단을 운영할 노하우와 자금 조달력이 축적됐다”며 “다만 스포츠 시장은 미술품 시장과 유사하게 오랜 기간 자금이 묶이는 데다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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