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햄버거 등 식용유를 많이 쓰는 외식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식용유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가로 치솟고 있어서다.
4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대두유 선물 가격은 파운드 당 79.54센트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최고가로 지난해 3월 파운드 당 24센트에 거래된 것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치솟았다.
대두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 오뚜기 콩기름 100%(900㎖), 백설 식용유(1.5ℓ) 등 주요 식용유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는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3900~4990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3월 가격(2900~4700원)보다 최대 35% 오른 것이다. 오뚜기 콩기름 100%(900㎖)도 3580~4715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 1980~4300원보다 최대 80% 인상됐다.
일반음식점 등 업소에서 사용하는 18ℓ 식용유 가격도 치솟고 있다. 롯데푸드 콩식용유(18ℓ)와 CJ제일제당 백설 카놀라유(18ℓ)는 지난해 최저가가 3만원선이었지만 현재 5만원 이하로는 구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원재료 가격 중 식용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치킨업계는 고민이 많다. 아직까지 교촌치킨과 BBQ,, BHC 등 국내 치킨업계 빅3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용유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치킨이나 햄버가 가격 인상도 아직 예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식용유 가격이 더 오르면 본사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래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용유 가격은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 등 제조사의 제품 가격 변동을 반영해 공급 가격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본사는 제품 공급 가격에 상한선을 정한 뒤 이중 일정 부분은 본사에서 지원해준다. 때문에 식용유 가격 고공행진이 장기화한다면 제조사의 가격 인상분을 가맹점 본사에서 계속 지원해주는데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는 원유와 천연가스(LNG) 가격도 치킨업계가 힘든 대목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류비용 증가가 현실화할 경우 식용유 가격에 또 다시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올해도 치킨업계의 가격 도미노 인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지난해 가격 인상을 자제한 BBQ를 필두로 교촌치킨과 BHC 등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에서 식용유 판매 가격을 올리면 가맹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사에서 인상액 중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판매 가격을 인상해 이를 충당할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반발이 클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햄버거와 돈까스 등 식용유를 많이 쓰는 외식업체들도 식용유 가격 급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외식업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두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튀김류 제품은 팔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SNS에는 18ℓ 식용유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을 묻는 게시글과 함께 식용유 가격 급등을 걱정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자영업자 A씨는 “식용류 가격이 너무 올라 메뉴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음식을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 등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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