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판매 대수가 줄었음에도 신차 평균 가격이 4000만 원을 넘어서면서 매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자 고가 자동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2021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판매 대수는 1년 전보다 9.0% 감소한 173만4581대로 집계됐다. 최근 5년 평균 판매량인 182만2000대의 약 95% 수준이다. 국산차 판매 대수는 142만4990대로 1년 전보다 11.1% 뒷걸음질쳤다.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 늘어난 30만9591대로 연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신차 판매 감소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출고가 지연된 여파가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2020년 세제 감면 효과로 판매량이 반짝 상승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판매액은 76조6000억 원으로 오히려 1년 전보다 1.8% 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입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등 고가 차량 판매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신차 평균 판매가격은 4417만 원으로 사상 첫 4000만 원을 돌파했다. 평균 차량 가격이 4억 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인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의 판매 대수는 1년 전 1234대에서 25% 증가한 1542대였다. 역시 최다 기록이다.
대형 SUV가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로 나타났다. 대형 SUV는 승용차 중에서 유일하게 판매량이 늘어난 차급이다. 신차 출시 효과와 차박, 캠핑 등 국내 여행 수요 확대로 판매량이 1년 전보다 5.4% 늘었다. 세단과 중형급 SUV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아울러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은 판매 모델이 많아지면서 전체 신차 판매 대수도 1년 전보다 43.1% 늘었다.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6.9%까지 올랐다. 경유차는 판매 감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판매량이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가 올해 곧바로 반등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8.4% 줄었으며, 기아도 11.7% 감소했다. 수입차 역시 등록대수가 1년 전보다 8.7%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량용 부품 수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아 차를 주문해도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부진한 판매량을 수익성으로 메우고자 고가 차량 중심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거나 판매 단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아도 판매 단가가 높은 RV(레저용 차량)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여기에 철강 제품, 리튬과 같은 배터리 재료 등의 가격이 오르는 것도 소비자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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