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한달 앞 10억원 차익에도… “작은 평수 1채는 포기” 잇달아
관리처분-분양 계획 변경 단지도… 전문가 “도심 소형 신축공급 위축”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센트럴아이파크’. ‘1+1 분양’으로 30평대(전용면적 84m²)와 20평대(59m²)를 분양받은 이 단지 조합원 A 씨는 입주를 한 달여 앞두고 작은 집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 집은 현재 분양권 시세가 20억 원대다. 분양가 9억5000만 원을 감안하면 10억 원대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런데도 그가 1채를 포기한 것은 그렇지 않으면 다주택자로 분류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상당한 영향이 크다. 은퇴자인 A 씨는 소득이 거의 없는 반면에 올해부터 보유세를 6000만 원 가까이 내는 것을 시작으로 최소 3년간 상당한 보유세를 납부한 뒤 매각 시점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조합 관계자는 “당장 잔금도 부담이고 3년 뒤 집값이 어떨지 모르는 데다 보유세와 양도세까지 내면 차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버거울 수 있다”며 “‘1+1 분양’을 유지한 조합원들도 세금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1+1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1 분양은 면적이 크거나 시세가 높은 아파트를 보유했던 조합원이 재건축 때 작은 면적의 아파트를 한 채 더 분양받는 것을 말한다. 재건축 규제와 세금 규제가 맞물린 영향으로 서울 도심의 소형 아파트 공급을 줄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역삼센트럴아이파크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조합 총회를 열고 ‘1+1 분양을 받은 조합원이 한 채를 포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했다. “1채를 포기하게 해 달라”는 조합원의 요구가 빗발치자 조합이 강남구에 자문해 계획을 부랴부랴 변경했다. 조합원이 집을 포기하면 그동안 낸 계약금과 중도금은 돌려받고, 조합은 해당 집을 추후 매각하게 된다.
조합원들이 입주를 코앞에 두고 중도금까지 낸 1채를 그냥 포기하는 건 의무 보유 기간이 있는 데다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커진 영향이 크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1+1 분양을 받은 조합원은 소유권 이전 고시일 다음 날부터 3년 이내에 추가로 받은 1채를 양도할 수 없다. 3년 동안 최소 2주택자로 보유세를 내야 한다.
착공 전 1+1 분양 계획을 수정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1+1 분양을 받았던 조합원들이 “중대형 1채로 바꿔 달라”고 하자 지난달 23일 조합 총회를 열고 설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단지 규모는 5335채에서 5002채로 300채 이상 줄었다. 반포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조합도 지난해 1+1 분양을 철회하고 공급 규모를 275채에서 251채로 줄였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 재개발 조합도 비슷한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서울 강남권 등 주요 도심의 신축 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실거주할 중대형 1채를 제외한 소형 1채는 임대로 유도하기 위한 ‘1+1 분양’ 취지를 살리려면 ‘1+1 분양’을 받은 사람이 시세보다 낮게 임대로 내놓으면 세 부담을 줄여주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