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공시가 1억이하 경매매물 ‘묻지마 매수’ 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03시 00분


취득세 중과 없는 1억이하 아파트, 매매가-전셋값 차이 없어 투자 인기
실제론 가치 낮은 곳 많아 잘 살펴야
공시가격은 전년도에 산정된 가격, 올해 값오르면 매수자 못 구할 수도
당장 전세가율 높아 소액 투자해도 하락요인 있다면 재계약시 낭패
물량증가-기업이주 등 환경 살펴야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강력한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로 주택 거래절벽이 극심해지고 있다. 다주택자는 8∼12%에 이르는 취득세 부담 때문에 선뜻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취득과 동시에 무조건 13.2%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법인 투자자 역시 주저되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가 경매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거의 없는 매물이 많아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수도권에서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의 아파트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있다 해도 인기 없는 외곽 지역에 위치하거나 나 홀로 아파트 등 투자가치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경매에 좋은 입지, 좋은 조건을 가진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의 아파트가 나오면 수십 명씩 경쟁해 시세에 가까운 가격에 낙찰되기도 한다. 낙찰의 기쁨도 잠시, 이런 투자가 반드시 성공적인 투자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공시가격은 전년도에 산정된 가격이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급등한 가격을 반영하면 올해 다시 산정된 가격은 1억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세금 중과의 풍선효과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면, 그 메리트가 사라지는 순간 거품은 꺼지게 된다. 매입할 때는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지만 매도할 때 그 가격을 넘는다면 매수자가 붙을 리 없다. 특히 수도권 외곽 지역 아파트는 수요층이 얇다. 오랜 상승기를 거치면서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갭)가 줄어들거나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이상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요원하다.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전세가율이다. 매매가와 전셋값이 딱 붙어 있어 소액투자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2년 후 재계약 시 전셋값이 떨어져 버린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시세 상승은 없고 오히려 떨어진 전셋값만큼 투자금이 더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2년 후 전셋값 상승이나 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변 지역에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면 전셋값 하락은 필연적이다. 인구가 꾸준히 유출되고 있는 상황 역시 전셋값 하락의 요인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던 기업들이 이주하는 지역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말 경기 평택시 외곽 지역 소재 중규모 단지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선호도 높은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평형대였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저층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경쟁도 작고 낮은 가격에 낙찰될 아파트였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입찰자는 30명이 넘었고 낙찰가도 감정가보다 수천만 원이 높았다.

공시가격을 확인해 보니 역시 9000만 원 후반대였다. 풍선효과의 영향으로 단기간 시세가 급등해 현재 호가는 2억5000만 원을 웃돌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건 분명해 보였다.

인근 입주물량을 분석해 봤다. 2년 후 대기 중인 입주물량이 평균치를 훌쩍 넘고 있었다. 지금은 높은 전셋값이 매매가를 지탱해주고 있지만, 전셋값이 떨어지면 향후 매매가 역시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컸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실패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 분명했다.

경매 투자도 부동산 투자의 한 축이다. 단지 경매의 특유한 권리분석 공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부동산 투자의 기본적인 지식 또한 갖춰야 한다. 지금과 같은 예민한 시기에도 안전하고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

#공시가 1억이하 경매매물#묻지마 매수#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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