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요양 일 끊기고, 은행대출 막혀 사채로… “매일 빚 지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03시 00분


[4500조 부채 부메랑이 온다]〈4〉 제도권 금융서 밀려나는 취약계층

요양보호사 A 씨(62·여)는 2년 전 대출 중개 사이트에 급전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이 끊겨 생활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카드론 1000만 원을 돌려 막느라 은행 등 금융사에선 대출을 더 받을 수 없었다.

대부업체라며 연락 온 곳은 알고 보니 불법 사채업자.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100만 원을 빌렸다. 2주 뒤 이자를 포함해 140만 원을 갚았고 다시 50만 원을 빌려 80만 원을 갚았다. 연 이자로 환산하면 각각 1040%, 1560%나 된다. 그는 “제 날짜에 못 갚자 사채 직원이 직장 동료들에게도 전화했다”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는 데다 전방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저소득,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부업체도 ‘담보’ 요구… 결국 사채 시장으로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고신용자(신용점수 840점 이상)가 은행에서 비은행권으로 옮겨 신규로 받은 대출은 23조4200억 원이었다. 1년 전(9조9800억 원)에 비해 2.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저신용자(664점 이하)가 비은행권에서 대부업으로 이동해 새로 받은 대출은 1300억 원에서 4600억 원으로 3.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고삐를 조이자 고신용자는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저신용자는 더 빠른 속도로 제2금융권에서 대부업체로 밀려난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 금리가 24%에서 20%로 내려간 뒤 취약계층은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에서도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부업체 상위 20곳이 신규로 취급한 대출액의 52.1%(7585억 원)는 담보대출이었다. 신용대출(47.9%, 6979억 원)을 처음 추월했다.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체들이 안전한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 관계자는 “대부업 문턱마저 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소규모 광고물 제작사를 운영하는 B 씨도 “코로나19로 매출은 추락하고 금융권 대출도 못 받아 사채로 2억 원을 빌렸다”고 말했다.

○ 취약 차주 빚 상환 부담 더 커져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금융기관 세 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471만2832명, 이들이 빌린 돈은 총 759조 원이다. 2020년 말에 비해 대출자 수와 대출액이 각각 5.5%, 11.2% 늘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인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취약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20년 말 62.7%에서 지난해 9월 말 64.8%로 뛰었다. 빚 자체가 늘어난 데다 금리마저 오르면서 취약 차주의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정책 금융을 충분히 공급해 취약계층이 쓰러지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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