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유동성 공급으로 전세 및 매매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전세대출에 대한 정책 조정으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세자금대출 증가 추세 및 전세시장 관련 주요 지표들의 변화를 분석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에 따르면 전세대출 잔액은 2012년 23조원에서 2016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19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말에는 180조원까지 늘었다.
보고서는 전세시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난 점이 전세 및 주택 가격이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 가격이 높아지면 임차인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전세자금대출이 쉬워지면서 부담을 완화시켜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시설이 더 좋은 집, 직주근접을 위해 이동한 경우 임차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음에도 전세자금대출이 지원되면서 주거 이전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임차인들의 더 나은 거주 여건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가계 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한 수요를 발생시켰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가구 비중은 2012년 5.6%에서 지난해에는 12.2%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16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대출잔액이 늘어남과 함께 중위가격도 올랐다.
보고서는 전세자금대출이 매매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쳐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주택 보유자의 전세거주를 통한 투자수단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근접하면 갭투자에 유리해진다. 전세에 거주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수요자 역시 전세대출로 유동성을 확보해 갈아타기 수요 및 투자 관점의 주택구입이 가능해진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9억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40%, 9~15억 금액에 대해서는 20%의 LTV가 적용되며 15억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이 금지된다. 반면 전세자금대출의 경우(SGI 기준) 15억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최대 5억원까지 대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고가주택에 전세대출과 반전세를 활용할 경우 필요한 자기자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주택가격 상승세에 따라 고가주택의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발생한 유동자금은 갭투자 형태로 주택시장에 다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아파트의 갭투자 비율은 2018년 14.6%에서 2019년 27.2%, 2020년 38.4%, 2021년 41.9%로 증가했다.
강민석 부동산연구팀장은 “전세자금대출 확대로 인한 유동성 확대는 장기적으로 주택경기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주거취약계층에 대해 많은 혜택을 주고 중위소득 이상의 경우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 억제를 위해서는 전세자금에 대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정안으로는 주택가격 하락시 전세보증금 손실 방지를 위해 매매전세비가 일정 수준(70% 또는 80%)인 경우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 유도 ▲전세자금대출 DSR 산정에 포함 ▲전세자금대출 보증, 청년·서민·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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