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봉쇄가 무기한 연장되자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인 상하이항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상하이 내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직접 생산 시설을 보유한 기업보다 판매·영업 사무소 형식으로 진출한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피해가 크진 않지만 공급망 다변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전자업계는 원자재 조달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상하이에 생산 시설을 갖춘 기업들은 대부분 원부자재 재고를 2~3개월 정도 보유해 큰 차질은 없지만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가까운 우시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까지 재고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회로를 통해 원부자재를 입고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재고가 충분해 현재까지 물류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사태 장기화 등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상하이 물류 공급이 전면 중단된 상황은 아니지만 물류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시간이 지체되자 우회 지역을 통해 원자재를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 상하이에 진출한 한 대만 전자업체는 시급한 주문 생산 물량을 소화하지 못 하고 중국 내 공장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고 있다. 대만에서 반제품을 생산한 뒤 동남아나 북미로 운송해 추가 가공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항공의 경우 홍콩이나 항만은 웨이하이, 칭다오 등을 통해 원자재 등 물류를 조달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우회로를 사용하면 시간은 더 걸리나 전체 원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대비책으로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상하이에 생산 공장이 아닌 판매 법인으로 진출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지 직원들은 대부분 재택근무 중이며 클라우드 등 원격근무 시스템이 갖춰져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코로나 발생 추이 및 중앙정부의 조치 등을 모니터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공장 운영을 중단한 곳도 국내 기업도 있다. 농심은 지난달 28일부터 라면류를 생산하는 상하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스낵과 파이류를 생산하는 오리온 공장도 생산을 멈췄다. 화장품 업계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의 상하이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해당 기업들은 타 지역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리거나 재고 확보로 생산이나 물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으나 장기화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하이는 경제 중심지로 쑤저우·항저우·난징 등 이웃한 경제·공업 도시들과 교류가 잦은 곳이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해 봉쇄령이 이웃도시까지 확대할 경우 기업 활동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이번 상하이 봉쇄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중국 현지 타 지역 공장 생산 물량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봉쇄 장기화 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봉쇄 조치가 빠른 시일내에 해제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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