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100조 원 넘게 급증한 전세자금대출이 시중에 과도하게 풀리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시키고 원리금 상환을 유도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0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80조 원이었다. 2012년 23조 원에 불과했던 전세대출은 2016년 50조 원을 넘어선 뒤 최근 5년간 130조 원가량 급증했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가구 비율도 2016년(7.1%)부터 매년 늘어나며 2021년 12.2%까지 증가했다.
전세 가격은 전세대출 증가와 맞물려 상승했다. 2016년 말 2억 원 수준이던 전세 중위가격은 2021년 말 2억6000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 보고서는 서민의 거주 안정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전세대출을 받기가 쉬워지면서 전세 가격의 상승 폭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전세 보증금을 지렛대로 활용해 다른 주택을 구매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또 전세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규제도 약해 15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에 대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전세대출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전세대출이 시중에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대출 받은 이들에게 원리금 상환을 유도하고 전세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시키는 등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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