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고공행진에 한국 무역수지가 3월에 이어 4월에도 2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한국경제의 ‘엔진’인 무역도 적자를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관세청은 4월 1~10일까지 수출은 153억3600만 달러, 수입은 188억54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수입은 12.8% 늘었다.
수출의 경우 조업 일수를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17.7% 증가했다. 전반적인 수출 실적만 보면 나쁘지 않다.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최근 13개월 동안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품목별로 수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기·전자제품 분야 성적이 좋다. 가전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39.8%, 컴퓨터 주변기기가 22.5%, 반도체가 14.2% 늘었다. 석유제품은 같은 기간 97.0% 늘어 수출 실적 확대를 견인했다. 반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4.4%, 선박은 19.7%, 승용차는 13.1% 줄었다.
수출 상대국 실적을 보면 싱가포르(101.1%), 베트남(15.2%), 말레이시아(7.0%) 등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홍콩(―39.9%), 일본(―11.2%), 인도(―10.1%) 등이 줄었다.
문제는 수출액 증가 속도보다 수입액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수출액은 1882억5200만 달러, 수입액은 이보다 더 많은 1957억2900만 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봐도 수출액은 16.7% 늘었지만, 수입액은 27.7% 늘었다.
수입액이 많이 늘어난 품목을 보면 가스(141.6%), 석탄(102.8%), 석유제품(71.6%), 원유(43.0%) 등이다. 3대 에너지 수입액을 보면 가스 11억 달러, 원유 30억6300만 달러, 석탄 5억5500만 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 수입액(28억7000만 달러)에 비해 64.4%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원유 수급 불안이 수입액 증가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국가별로 봐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수입액이 전년 대비 62.9% 늘었다. 러시아 대상 수입액도 19.3% 늘었다.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였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는 35억1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 규모(18억1400만 달러)보다 적자폭을 더 키웠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계 무역수지는 74억76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9억8700만 달러 흑자였던 점에 비하면 적자가 많이 확대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여파로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한국의 무역수지도 적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면 세계 경제 전반의 회복세가 제약되면서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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