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또다시 집값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최근 들어 다시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전국 집값 움직임을 주도하는 서울 아파트값이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새 정부 출범 준비 관계자들도 이를 의식한 듯 대선 공약 등으로 추진했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작업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관련 조치들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이다.
하지만 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금리 인상과 공급 확대에 따른 하향 안정세 주장과 규제 완화 등에 따른 상승세 주장으로 엇갈리고 있다. 좀 더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장 전망의 방향을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 집값 하향 안정세 주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멈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1주차(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3월 4주차·28일 기준)와 같았다. 1월 4주차(24일 기준)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지 11주 만이다.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강북권은 하락폭이 감소했고, 강남권은 상승폭이 확대된 게 원인이다.
특히 용산구 아파트값이 0.02% 상승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주도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지역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폭도 전주보다 0.01%포인트 커졌다.
다른 지역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은 0.01% 떨어졌다. 수도권이 0.02% 하락한 게 주원인으로 보인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지역은 평균 0.01% 오르며 전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역별 상황은 복잡하다. 대구(-0.14%) 대전(-0.03%) 울산(-0.02%) 세종(-0.08%) 충남(-0.04%) 전남(-0.04%) 등은 떨어졌다. 반면 부산(0.01%) 광주(0.05%) 강원(0.09%) 충북(0.02%) 전북(0.06%) 경북(0.04%) 경남(0.08%) 제주(0.02%) 등은 모두 올랐다. 지역별 수급 상황과 국지적인 개발 호재 등의 영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 집값 안정 찾을 것…‘5% 상승’에서 ‘보합’으로 수정
이처럼 상황이 혼조세를 보이면서 앞으로의 집값 움직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는 등 복잡해지고 있다.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은 주택공급 확대 등 각종 수급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기관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다.
이곳은 지난해 말 올해 집값을 전국 기준으로 5%, 수도권은 7%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3개월만인 지난달 말 펴낸 보고서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제5호’를 통해 이를 뒤집고 “보합으로 수정 전망한다”고 밝혔다. 전문기관이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시장 전망을 바꾼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당초 주택공급 확대 개선이 불확실하고, 금리인상 지연으로 저금리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금리인상 본격화와 수급불안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는 상황”이라고 수정 전망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아파트 가격 순환변동 과정을 볼 때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수축국면으로 전환돼 앞으로 주택가격 안정세가 기대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간 상승폭이 컸던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매매와 전세가격 순환변동은 수축단계에 진입했다”며 “공급 확대가 유지되고, 금리상승과 금융규제 강화로 수요 조정이 지속된다면 수급 여건은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 집값 다시 오를 수 있다…각종 지표 상승세 반전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분석은 각종 지표가 다시 꿈틀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우선 주택시장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택사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우선 분양시장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이 12일(오늘) 발표한 4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에 따르면 전국의 지수가 92.9로, 지난달보다 15.3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서울(114.6, 전달 대비 상승폭·24.9%포인트)과 인천(107.1, 29.4%포인트) 경기(117.5, 29.7%포인트) 등 수도권 지역이 일제히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의 4월 전망치도 10개월 만에 기준선(100)을 넘어선 101.2를 기록했다. 2017년 6월(131.8)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이며, 지난달(66.2)과 비교하면 무려 3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지수는 85 미만이면 경기 하강국면을 예상하는 사업자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85 이상~115미만은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국면을 기대하는 사업자가 다수라는 의미이다. 결국 시장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수요자 심리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4월 1주차(4일 기준) 매매수급지수는 전주(3월 4주차·28일 기준)보다 1.6포인트 오른 90.7로 조사됐다. 최근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1월 3주차(91.2) 이후 11주 만에 90선을 회복한 것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에 못 미치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이지만 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꾸준하게 줄어들었던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37건(계약일 기준)으로 2월 거래량(805건)을 넘겼다.
● 시장 전망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이처럼 주장이 엇갈리면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옥석가리기와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도 12일(오늘) 발표한 분양경기실사지수와 관련해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봄 분양성수기가 도래하였고, 대선 이후 민간의 역할확대와 규제완화로의 정책전환이 예상되며 분양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역별 수급여건에 따른 전망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실질적인 분양사업여건 개선에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활용방안 모색과 함께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최민섭 교수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부 시장의 가격 움직임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하지만 관련 규제 완화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새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어떤 식으로 끌고나갈지 알 수 없는 만큼 좀 더 긴 호흡에서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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