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기술 위한 한국 기업의 역할[기고/필립 코틀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필립 코틀러·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코틀러·노스웨스턴대 교수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의 활약상은 특히 흥미롭다.

놀라운 성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감지와 대응이 필요하다. 산업계에 불어닥친 디지털 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사고와 행동의 변화는 이제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에게 뉴노멀을 요구한다. 여기에 슬기롭게 대응하느냐 여부는 성장뿐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

뉴노멀 시대에서는 마켓 5.0을 고민해야 한다. 마켓 3.0의 인간 중심성과 마켓 4.0의 핵심인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휴머니티의 실현을 위해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하이테크보다 더 중요한 하이터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은 인간다움(휴머니티)의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출발해 고객과 소비자의 요구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매력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점점 진화하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사람이라는 것이 마켓 5.0의 핵심이다.

한국의 기업 경영과 마케팅 사례들을 조사하면서 마켓 5.0으로의 진화와 함께 긍정적인 노력과 성과를 확인하게 된다. 생활가전과 모바일 부문의 조직 통합을 통해 고객경험 중심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고자 하는 삼성전자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으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카카오의 모습은 마테크(MarTech·마케팅과 기술의 합성어)는 물론이고 하이터치에 기초한 고객경험 창조의 노력이자 성과이다. 창의적인 한국인의 특성에 더해 디지털 혁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또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접하게 된 직접 판매 분야 세계 1위인 암웨이의 사례 또한 흥미롭다. 암웨이는 인간 대 인간에 기초해 타깃별 맞춤화된 접근으로 이미 60년 전부터 하이터치를 추구해 왔다. 한국지사의 행보도 인상적이다. 밀레니얼, 영맘 등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또 메타버스 개념을 적용해 세계 지사 중 최초로 론칭한 스마트 바이크는 기술을 통해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경험을 혁신한 사례로 꼽힌다.

뉴노멀 시대,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마켓 5.0의 실현을 위한 한국 기업의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마켓 5.0의 핵심인 인간을 위한 기술, 즉 인간 중심성에 기초해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마케팅의 목적이기도 한 사람들의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실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이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어야 한다.

#필립 코틀러#한국 기업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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