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대출 숨통 틔워야” vs “가계 빚 - 집값 다시 자극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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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조 부채 부메랑이 온다]〈5·끝〉대출 규제 완화 딜레마

경기 성남시에서 20년째 전세로 사는 장모 씨(54)는 지난해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포기했다.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탓에 대출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출 규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다시 기대에 부풀었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관리와 대출 규제 완화 사이에서 차기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전방위로 틀어막은 대출 규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자칫 가계 빚과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수요 대출의 숨통을 틔워주되 부채 위기관리와 상충하지 않는 절충안을 찾는 게 중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DSR 규제 완화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며 대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지역과 집값에 상관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단일화하는 게 핵심이다. 또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 대해선 LTV를 8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집값이 9억 원 이하이면 LTV 40%, 9억 원 초과는 20%가 적용된다. 비규제지역은 70%를 적용받는다. 1일 윤 당선인의 지시에 따라 인수위 경제1분과는 LTV 완화를 비롯한 대출 규제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LTV 완화 방안은 공약대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SR 규제를 완화할지 여부가 인수위의 딜레마다. DSR를 그대로 둔 채 LTV만 풀면 고소득층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는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LTV는 완화하고 DSR는 유지하면 청년, 신혼부부 등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층은 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크게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DSR를 일괄적으로 완화하기보다는 DSR를 산정할 때 20, 30대의 미래소득을 더 인정해주거나 7월부터 더 강화되는 DSR 규제를 보류하는 방안들이 거론된다.
○ IMF “LTV, DSR 더 강화해야”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계부채 증가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LTV 강화와 DSR 적용을 환영하며 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높은 신용대출, 부동산 투자 수요 등으로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1일 “가계부채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미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예금담보대출이나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는 11주 만에 멈췄고 강남 3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은행들도 대출 한도를 높이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TV를 푸는 건 규제 완화가 아닌 ‘정상화’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DSR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되 청년,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현실화해 간다면 대출 총량 규제 같은 인위적인 양적 규제 없이도 가계 빚을 관리할 수 있다”며 “금리를 올리고 대출 규제는 점진적으로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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