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
장비와 작업자 충돌 막는 헬멧도… 중대 재해때 인명 피해 최소화
정부, 안전장비 지원 전국 확대
인터넷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5초도 지나지 않아 현장에 ‘신속하게 대피하라’는 경보가 발령된다. 발광다이오드(LED) 유도등이 현장 근로자에게 대피 경로를 알려주고, 근로자들의 개별 위치가 현장 관리자에게 전달된다. 모든 시스템은 블루투스로 연결돼 통신이 끊겨도 근로자와 관리자 간 연락이 끊길 우려가 없다.
이는 최근 건설 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의 사례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사고 발생 지점 근처 근로자가 아니면 사고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없었다. 통화가 어려운 지하나 터널 등에서는 대피 명령도 근로자들이 서로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알려야 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사고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서로 마주치지 못하면 대피 명령도 받지 못하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 안전기술은 그만큼 중대 재해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장치인 셈이다.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열린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중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스마트 안전기술이 소개됐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여러 장비와 시스템 등을 일컫는 스마트 안전기술의 도입이 확대되면 현장 안전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조성되는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 ‘용인영덕 A2BL 경기행복주택’은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이 안전사고 예방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모듈러 공법은 주요 구조물과 건축 마감 등을 공장에서 작업해 현장으로 운송, 조립해 건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현장 작업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소음이나 분진이 적고 폐기물도 덜 발생해 친환경 기술로도 각광받는다.
지난해 건설업 사고 사망자 417명 중 248명(59.5%)은 ‘떨어짐’으로 사망했을 정도로 추락사고가 빈발한 데다 사고 위험성이 높다. 스마트 에어백은 이런 추락사고에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비다. 근로자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추락하면 입고 있던 조끼가 0.2초 내에 에어백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충격을 완화해준다.
이 밖에 안전 고리를 잘 장착했는지 자동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안전고리’나 건설장비와 작업자의 충돌을 방지하는 ‘스마트 헬멧’ ‘크레인 전복방지 시스템’ 등의 스마트 안전기술도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정부도 신기술 도입이 어려운 소규모 공사 현장에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영남권에서 공사비 50억 원 미만 현장 12곳을 지원했다. 올해에는 이 예산을 20억 원으로 늘려 사업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영국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소규모 현장일수록 안전에 취약한 만큼 스마트 안전기술 장비 도입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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