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성장 ‘넷 포지티브’]
2부 기업, 함께하는 성장으로〈3〉대체식품 시장 뛰어든 SK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SK그룹이 설치한 부스의 색다른 모습이 화제가 됐다. 첨단 기술과 제품을 앞다퉈 선보인 전시장에서 SK그룹이 만든 ‘그린 포리스트 파빌리온’ 부스는 나무와 숲을 모티브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활동을 통한 탄소배출을 제로(0)로 하는 넷 제로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넷 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이 같은 전시를 이끌었다.
전시관 외부에는 대체육 핫도그와 대체우유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푸드트럭이 자리 잡았다. 대체식품 전문 기업인 미국 퍼펙트데이와 네덜란드 미트리스팜이 차린 트럭이었다. 전시기간 내내 트럭 앞에는 대체식품을 맛보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두 회사는 SK㈜가 각각 1200억 원과 80억 원을 투자한 회사다.
SK그룹은 해외 전문기업들을 타깃으로 대체식품 투자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SK㈜는 2020년 8월 퍼펙트데이에 550억 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발효 단백질로 크림치즈를 만드는 미국 네이처스 파인드, 대체단백질 패티 기업 미트리스팜에 총 16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최 회장도 공개적으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8월 최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퍼펙트데이가 출시한 바닐라, 라즈베리, 땅콩맛 아이스크림 사진을 올리며 “1등은 단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SK㈜는 두 달 뒤 사모펀드와 함께 퍼펙트데이에 65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이사회 의석까지 확보했다.
퍼펙트데이는 미국 식품기업 베터랜드푸드와 손잡고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한 대체유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식물에서 추출한 두유와 달리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실제 우유와 같은 단백질을 기반으로 했다는 게 특징.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더 이상 젖소를 키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대체단백질을 비롯한 대체식품 시장은 ‘인류 식생활의 미래’로 불린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6%가 식품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 특히 이 중 3분의 1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한다.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된 인류가 대체식품의 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 관계자는 “대체식품 투자와 사업 확대는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중요한 루트 중 하나로 ‘넷제로’를 추구하는 SK의 방향과 일치한다”면서 “또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사업성도 매우 크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업 자신과 이해관계자들의 성장까지도 추구하는 넷 포지티브 개념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강력한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중심으로 대체식품 소비 트렌드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2019년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를 140억 달러(약 17조2000억 원)로 추산했다. 2029년엔 10배인 14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전 세계 육류 시장은 연평균 1∼2% 성장에 그쳤다. 2017∼2020년 연평균 78.6% 성장한 대체육 시장은 그야말로 ‘블루 오션’인 셈이다.
SK㈜는 이 같은 영미권 선도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중국 대체식품 시장 투자를 위해 현지 조이비오그룹과 1000억 원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한 것이다. SK㈜가 투입한 금액은 180억 원 정도다.
국내에서는 채식 인구가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대체육 시장 규모는 연간 1700억∼35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매년 증가 추세인데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SK 외에도 대체식품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한화그룹의 신산업 투자를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돼지고기 배양육 개발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에, 올해 1월 식물성 참치와 세포 배양 참치를 개발하는 미국 핀리스푸드에 각각 투자했다. SPC삼립, 풀무원,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등 식품기업들도 앞다퉈 이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새 제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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