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맥을 못 추던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재작년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해 줄줄이 흑자로 전환하거나 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산 의류·골프클럽 인기가 이어졌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재팬 운동이 유명무실해진 영향이다.
◇데상트·미즈노·아식스 줄줄이 ‘흑전’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흑자(115억원)로 돌아섰다.
데상트는 스키복·운동화로 인기를 끌며 연 600억~8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유지했으나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촉발한 노재팬 여파에 실적이 악화됐다.
2020년 적자를 기록했다가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같은 기간 9.0% 늘어난 5437억원을 기록했다. 골프 라인 확장 등이 실적회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식스스포츠와 한국미즈노도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오니츠카타이거’라는 스니커즈로 인기를 끈 아식스스포츠는 지난 2020년 999억원의 매출과 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역시 매출(967억원)이 소폭 줄었지만 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했다.
골프 용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미즈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809억원) 전년 대비 36.9% 확대됐다.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24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직후 골프 산업이 호황을 거두면서 골프 패션과 아이언 판매가 특수를 누렸다. 한국미즈노가 지난해 수입한 아이언 ‘JPX921’의 물량은 모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8월까지의 실적을 공개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824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재작년 에프알엘코리아의 영업손실은 884억원 규모였다. 유니클로 오프라인 매장 철수로 인한 비용 절감과 빠른 온라인 전환이 실적 회복을 견인했다.
무인양품 역시 매출은 늘고 영업손실 폭은 대폭 줄였다. 무인양품의 지난해 매출은 1147억원으로 전년(627억원) 대비 82.9% 급증했다. 영업손실은 45억원으로 전년 대비 손실 폭(-117억원)을 크게 줄였다.
◇노재팬은 개인의 선택?…시들해진 불매운동
지난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인해 불거진 노재팬 운동이 해를 거듭할수록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일부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두고 ‘개인의 선택’이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데다 코로나19까지 맞물리면서 노재팬 인식이 흐려진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포켓몬빵’이다. SPC삼립은 포켓몬 IP(지적재사권)을 보유한 일본의 포켓몬컴퍼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포켓몬빵 판매액 일부를 로열티(수수료)로 지급한다. 포켓몬빵을 구입하면 일본기업에 수익이 돌아가지만 포켓몬빵은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포켓몬빵에 빠졌다는 경기 성남시에 사는 A씨는 “노재팬은 한일 양국간 정치 문제로 야기된 불매운동이다. 그렇게 따지면 불매운동을 펼쳐야 할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며 “불매운동은 개인의 선택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전히 노재팬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소비자들도 있다. 서울 노원동에 사는 직장인 B씨는 “의식적으로라도 일본산 제품보다는 국내산 제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고는 하지만, 길에서 유니클로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노재팬 운동이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9년 노재팬 촉발 당시보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의식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동물의숲이나 포켓몬빵 등 여전히 일부 일본산 제품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일본산 제품 실적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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