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최근 석 달 간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저축은행만 ‘나홀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 1월부터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와 대출금리 인상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에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를 나타낸데 이어 1월부턴 2금융권 가계대출까지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1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도 8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특히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감소폭은 전월 대비 대폭 늘어났다. 3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3000억원) 대비 3조6000억원 줄어들며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1조원 감소했고,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이나 줄어 전월(-1000억원) 대비 감소폭이 커졌다. 제2금융권 중에도 상호금융권이 전월 대비 무려 1조9000억원 줄어 2금융권의 감소세를 이끌었다. 보험, 여전사 가계대출도 각각 3000억원, 5000억원 줄었다.
반면 저축은행만 전월 대비 1000억원 늘어, 여전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올 1월에도 전월 대비 1000억원 증가했고, 2월과 3월에도 각각 2000억원, 1000억원 늘며 나홀로 ‘역주행’ 중이다.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여전한 이유는 정부의 총량규제 강화,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등 강도 높은 ‘대출 조이기’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데 따른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급전 또는 비상금 대출 등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서민 등이 저축은행을 찾았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각 금융기관별로 총량규제 요율과 같은 규제 정도가 다르다 보니 시중은행 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저축은행에 대출을 받는 수요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그간 은행권 가계대출이 전반적인 증가세를 주도했지만, 2019년 하반기 이후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를 상승세로 전환되며 최근에는 은행권을 웃돌고 있다”며 “은행의 고신용 차주는 DSR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로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신규차입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본격적인 금리상승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2~3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올해 국내 기준금리는 2.8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7%대를 넘어 8%대까지 치솟을 수 있단 우려도 내놓고 있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상환부담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대출부실이 증가할 경우, 우선적으로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오는 9월부터는 그간 미뤄준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률과 연체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취약차주 대출 중 비은행권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0.6%로 비취약차주 39.8%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또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여전사 등의 취약차주 연체율이 상승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신용정보원의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특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중 40% 정도가 신용거래이력이 적은 20·30대 젊은층이고, 다중채무자들의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는 신용거래이력이 많지 않아 정밀한 신용도 평가가 어려워 4~5등급이 부여되는 ‘씬파일러’ 비중이 높았다. 그 중에서도 20~30대 청년층이 많이 이용하며, 이들 젊은 연령대 비중이 41%로 은행업권(32%)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었다. 3개 이상 금융기관의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10명 중 6명 이상은 다중채무자이며, 이들의 비중은 2018년 60%, 2019년 63%,, 2020년 65%, 지난해 66%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신 센터장은 “취약차주 대출 연체율은 비취약차주에 비해 대출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또 향후 금융지원 조치 정상화 과정에서 대출금리 상승에 대내·외 충격까지 가중되면 현재 DSR 수준이 낮은 취약차주더라도 상환부담 증대로 부실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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