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순 삼성전자 부사장
“고객마다 다른 생활-주거패턴 반영”
인테리어에 선호하는 알루미늄, 가전에선 내구성 약해 꺼리지만
변치 않는 소재 찾는 수요 늘어… 새 아파트 빌트인 공급도 추진
요즘 삼성전자 생활가전을 파는 매장에 들어서면 이전보다 ‘젊은 고객’이 많아진 걸 볼 수 있다. 흰색, 회색으로 가득했던 생활가전 매장이 삼성전자 가전만큼은 빨강 노랑 파랑처럼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채워진 후 나타난 풍경이다.
‘말하는 대로’라는 뜻의 삼성전자 ‘비스포크(BESPOKE)’가 고객이 색상, 디자인을 고르는 콘셉트를 앞세워 등장한 지 올해로 3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양혜순 소비자경험(CX)팀장(부사장·54·사진)은 “주거 형태와 공간, 생활패턴이 고객마다 다르기 때문에 비스포크는 이에 맞춰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포크 출시를 위해 삼성전자는 기술, 디자인뿐 아니라 고객의 생활상까지 제품 기획과 개발에 반영했다. 비스포크를 기획하며 단독주택 중심의 미국과 유럽, 이사가 잦은 아파트 중심의 한국 등 각기 다른 거주문화를 면밀하게 살폈던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에 비스포크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험적으로 선보였던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의 인기를 ‘팬덤’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팬층 형성이 BTS의 노래뿐 아니라 BTS와 관련된 행동, 문화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경험’으로 봤기 때문이다. 양 부사장이 맡고 있는 ‘CX팀’의 이름 또한 경험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 구매도 이제는 사용 기한이나 고장이 아니라 이사, 리모델링, 인테리어 교체 등의 이벤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비스포크에 대한 팬덤은 한 제품이 아니라 가전제품 전체를 바꾸는 구매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비스포크의 고급 제품군 ‘인피니트’를 출시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디자인과 소재를 원하는 고객의 수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냉장고 업계 최초로 ‘알루미늄’을 도어 소재로 골랐다. 알루미늄은 은은한 색상과 변치 않는 질감으로 인테리어 업계에서 인기 있는 내장재지만, 내구성은 다른 금속보다 약하다. 장시간 컨테이너로 나르고 물류창고에 보관하는 혹독한 여건 탓에 가전제품에 쓰이기 어려웠다. 양 부사장은 “비스포크가 처음 선을 보이기 전부터 알루미늄을 소재로 써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내구성을 갖추면서 물결 무늬 디자인도 살릴 수 있도록 선행개발부터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소개했다.
아직 광고, 판촉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인피니트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자리를 잡으면 건설사와 협업해 신규 아파트에 ‘빌트인’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양 부사장은 “개성을 중시하는 앞으로의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상표만으로 보고 제품을 고르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상황을 만족시켰던 제품과 서비스, 그 ‘경험’이 다른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돼 소비자 스스로 삼성 가전을 고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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