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호황에 파운드리 호실적, 삼성전자도 역대 분기 최대 기록
추가 투자 없어 중장기 전략 고민, 수율 문제로 고객사들 TSMC 이동
“정부서 인프라 제공 적극 나서야”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가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추격전을 펼치고는 있지만 중장기 투자와 수율(투입 대비 양품 비율) 개선이라는 과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선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삼성 머뭇거리는 사이, 치고 나가는 TSMC
TSMC는 14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을 공개하며 매출 4910억8000만 대만달러(약 20조7600억 원), 영업이익 2237억9000만 대만달러(약 9조46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5%, 48.7% 늘어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연간 매출액 성장률 목표치도 당초 20% 수준에서 20%대 후반으로 올렸다.
TSMC의 호실적은 전적으로 파운드리 시장 호황 덕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널을 관통하는 동안 고성능 데이터센터와 전장 관련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미국의 퀄컴과 애플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재고를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운드리 수요에 불을 붙였다.
점유율 2위로 TSMC를 추격 중인 삼성전자 역시 1분기 파운드리사업부 실적은 선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7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77조 원, 영업이익 14조1000억 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 중 파운드리사업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매출이 7조 원 안팎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문에서만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3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중장기 전략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기세가 확실히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20조 원 규모 미국 테일러시 공장 증설을 밝힌 이래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최대 52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 현지 외에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현 등에서 공격적으로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019년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선언한 후 역설적으로 TSMC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졌고 대만 정부의 지원도 화끈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2.1%로, 삼성전자 18.3%의 3배 수준이다.
○ 중장기 투자, 수율 개선 ‘속도전’에 달렸다
선두 추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수율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대만 현지 매체 등 외신에 따르면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가 삼성전자의 수율을 문제 삼으며 일부 물량을 TSMC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내놓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은 수율 문제로 한국 시장에서조차 탑재되지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 톱티어 고객사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첨단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수율 개선을 통해 기존의 중·저사양 시장에서도 안정적 공급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미국이나 대만과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인프라 지원도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은 추격자로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기업 차원의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도 대만처럼 부지 등 인프라 제공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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