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환경이 격변하면서 유통 규제는 승자 없는 게임이 됐다.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국내 소비자도 실익을 얻지 못하게 됐다.”(최창희 클랙스턴파트너스 파트너)
동아일보와 채널A가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새 정부 출범과 유통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제27회 동아모닝포럼에서는 유통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날 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산업 환경에서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과 중소·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유통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소매산업 생태계가 와해되고 스마트폰,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뉴커머스’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입지와 상품구색이 유통의 경쟁력이었다면 이젠 고객경험 확대가 관건이 됐다”며 “유통업이 온라인, 물류, 콘텐츠 등 다른 산업과 융합되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유통산업의 주축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2년 연속 10%대로 성장했지만 이 기간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김시우 삼정회계법인 상무이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오프라인 수요가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온·오프라인(O2O) 하이브리드 전략, 신시장 발굴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유통 시장은 새 판이 깔렸지만 시대착오적 규제로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 등 모든 오프라인 사업자의 발전이 막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창희 클랙스턴파트너스 파트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최종 목표가 소비자 보호와 국민경제 이바지에 있다”며 “규제 중심의 조정정책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돕는 경쟁정책, 공동 성장을 이끄는 진흥정책이 균형 있게 가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관계를 ‘적’이 아닌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 방향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 좌장을 맡은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 규제는 상인이든, 대기업이든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 편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은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화체험과 의료·미용 등 생활서비스까지 한 번에 누린다”고 강조했다.
송유경 중소기업중앙회 유통산업위원장은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심한 지원을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러닝화를 신고 달리는 훈련된 선수와 제대로 된 신발조차 없는 선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영리법인통계’(2019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기업 수의 0.3%인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차지했다. 황수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유통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면서도 중소·소상공인이 낙오되지 않게 자생력을 강화하는 유통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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