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수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원팀’을 강조하며 손을 잡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재계 맏형’ 자리를 두고 벌이고 있는 기싸움에서 대한상의가 일단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 부산에서 최 회장을 비롯한 국내 10대 그룹 대표들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한 전국상의 회장단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이형희 SK SV위원장, 하범종 LG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정탁 포스코 사장 등 10대 그룹 대표,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등 80여 명의 경제인들이 참석했다. 당선인이 전국상의 회장단과 국내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회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경제계를 격려하고, 세계박람회의 부산 개최를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경제계에서 많은 어려움 있었지만 국가 전체를 보고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해 도와달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손잡고 멋진 결과를 한번 도출하기를 기대하고 저 역시도 최선봉에 서서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우리 경제가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과거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경험했듯, 부산세계박람회는 국민통합의 길이며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민관협력 파트너로서 정부와 원팀이 돼 일심전력을 다하겠다”며 “대한상의는 경제 외교의 선봉으로 전 세계 160여개국의 상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각종 글로벌 포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을 개최해 부산 유치의 당위성을 알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당선 이후 최 회장과 공식적으로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최 회장과 윤 당선인의 접점이 커지면서 대한상의가 ‘재계 맏형’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의 대표 단체로 위상을 떨쳤던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며 쇠퇴했다. 당시 LG, 삼성, SK, 현대차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 행사 등에서 배제되는 굴욕을 겪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다시 위상을 되찾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한·미 기업인 간담회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다는 전언도 흘러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의 자리를 대신해 정부 관련 행사를 주도했던 대한상의는 최 회장을 필두로 다양한 일정들을 소화해 왔다.
정권이 바뀌는 만큼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계속 주관 단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나왔으나 최근 윤 당선인과 최 회장의 조우가 잦아지면서 차기 정부에서도 대한상의가 ‘재계 맏형’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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