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일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추모 행사를 치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아직 잦아들지 않아 간소하게 추모식을 갖는다고 한다. 이날 세계 각국에서는 추모집회가 열릴 것이다. 한국 산재 예방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임직원들도 안타깝게 사고와 질병으로 일터에서 쓰러져 간 이들의 명복을 빌고 더는 숨지는 일들이 없도록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해마다 이날만 되면 13년 전인 2009년 4월 홍콩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당시 민간 국제 노동운동 연대 조직이 홍콩에서 개최한 산업안전보건 및 환경보건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그해 3월 우리나라에서 터져 나온 베이비파우더 석면 탤크 사건의 전모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에는 한국의 건설노련 대표들과 석면 추방 운동가, 석면 피해자, 그리고 산업보건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4월 28일 오전 우리 일행은 홍콩의 한 공원에 모였다. 아시아 국가 노조 간부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수백 명이 있었다.
그곳에서 홍콩 노동자들이 기타 반주에 맞춰 중국말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위 ‘떼창’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어 한국 참가자들에게 한국말로 다시 한 번 불러줄 것을 요청해 노조 대표들이 앞에 나가 힘차게 부르던 광경은 뇌리에 각인돼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가 산재로 숨진 노동자를 추모하는 까닭은 더는 일터에서 숨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내 집무실에는 두 대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매주 산재 사망 관련 데이터와 정보를 업데이트해 집무실을 찾는 임직원들과 방문객들이 이를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산재 사망 사고의 추이와 유형, 연령별 및 사업장 규모별 사망자 수 등을 매주 단위, 그리고 올해 누적 통계로 살펴볼 수 있다.
3월 21일에는 11명의 사고 사망자가 산재로 승인됐다. 숫자가 아닌 사람 모양의 픽토그램으로 표현되어 있어 마음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노동자 생명을 구하는 것은 단 한 명이라고 해도 그 무엇보다 값진 일이다. 생명은 최고의 인권이기 때문이다. 공단의 모토를 ‘안전은 권리입니다’라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해마다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재로 스러져 간다. 이 가운데 사고 사망자가 800명이 넘는다.
우리의 갈 길이 아직 멀다. 하지만 아무리 그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우리가 열성을 다한다면 머지않아 산재 예방 모범국의 깃발을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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