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결정으로 국내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 물가 상승을 견인한 국제유가에 이어 식품 물가까지 불안 조짐을 보이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현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28일부터 팜유와 팜유 원료 물질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팜유가 수출용으로 빠져나가며 내수 식용유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시장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1위 수출국으로 꼽힌다. 한국도 인도네시아산 팜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관세청의 수출입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한 인도네시아산 팜유의 규모는 지난해 34만1802t(3억7101만2000달러)으로 전체 수입량(60만5701t)의 56.4%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팜유가 가정용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라면이나 과자·빵 등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화장품과 세제의 원료로도 들어간다. 당장 국내에 팜유 재고 여유분이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팜유 수출 금지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제품의 생산 차질과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잠잠했던 국내 계란 가격마저 다시 들썩이고 있다.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4일 특란 30알의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은 7013원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1달 전(6363원)보다 10.2%나 상승했다.
달걀 한 판 가격은 지난 17일(7019원) 7000원대로 올라선 이후 8일 연속 7000원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살처분으로 계란 가격이 1만원대까지 급등한 이후 5000~6000원 가격대를 형성하며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계란 가격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최근 계란 가격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곡물 가격 급등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닭 사료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계란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사료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곡물 가격은 2020년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이더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빠르게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전 분기 대비 5.8%(추정치) 올랐으며 2분기에는 13.6% 오를 거라고 전망했다.
이런 사료 가격 상승으로 계란 가격이 계속 오르면 집밥 물가는 물론 각종 음식의 재료가격 상승을 이끌어 외식 물가마저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곡물 수입단가가 10% 상승하면 가공식품과 외식 소비자물가가 각각 3.40%, 0.58% 오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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