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복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교계에 이어 경제 5단체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오랜 부재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간 사법처리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시계는 멈춰 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뤄졌는데도 이 부회장에 대해 사면을 미루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청원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사면복권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경제 5단체는 세계경제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중에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기상황에서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권’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은 수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리더십 부재로 소극적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반면 인텔·TSMC 등 대표적 반도체 경쟁사들은 잇따라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만 보더라도 2019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지만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40% 늘리며 440억달러 규모로 책정했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 외에는 조용한 모습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8월 가석방됐지만 ‘취업제한’에 묶여있다. 제대로 된 경영은 물론 해외 출장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되면서 일주일에 1~2차례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M&A나 사업 투자를 위해 해외 출장을 가려면 재판 불출석 사유를 밝혀야 한다. 이 경우 일정이 공개돼 사업 딜이 틀어질 수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경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위해서는 총수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강조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 등 신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리더십 부재로 투자시기를 놓치면 노키아나 모토로라처럼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은 투자 시점을 놓치면 되돌리기 힘들다”며 “대규모 투자는 총수가 직접 결론을 내야 하는데 이 부회장의 부재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경제인 사면은 개인에 대한 혜택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며 “전쟁과 봉쇄 등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위한 사면을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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