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재료값 생각하면 개당 1000원으로 올려 받아야 합니다. 기본 메뉴 개당 가격을 600~700원 유지했는데 식용유를 포함해 재료 가격이 오른다고 하면 버틸 방법이 없어요.”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전집 골목에서 만난 이모씨는 튀김을 건지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만두와 치즈스틱은 700원, 고추튀김과 계란튀김은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여의도와 공덕 일대 직장인의 맛집으로 60년간 자리를 지켜왔지만 연이은 재료값 인상에 고민이 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똥이 국내 식료품 물가로 튀었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이달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의 수출 금지에 나선다. 팜유는 라면과 과자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지만, 팜유가 부족해지면 수요가 대두유나 카놀라유 등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전체 식용유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18L 기름을 하루에만 여러 통 사용하는 튀김과 전집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이모씨는 “식용유 가격의 변동은 시장골목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다”며 “음식값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60대 임모씨도 식용유 가격 상승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망원시장에서 치킨집을 한 그는 “요리에 쓰이는 식용유 18L가 지난해 말 3만2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63% 올랐다”며 “도매상에서 앞으로 식용유 가격이 더 오른다는데 닭 튀기는 게 겁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외식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식용유를 많이 소비하는 치킨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사이 식용유 가격이 30%나 뛰었다”며 “식용유 제조업체의 가격이 오르면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입가도 함께 오른다. 일부는 본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본사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은 식용유 가격 인상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중대형 식품업체들은 분기나 반기 단위로 식용유를 계약하고 비축분을 보유할 수 있지만 동네 자영업자는 그럴 형편이나 보관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은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사태가 악화될 경우 중기부 협조를 통해 현황조사에 들어갈 것이다”며 “상승분 보조나 수급처 대체 등 다각도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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