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 10원 올라 1250원 턱밑
수입물가 오르고 인플레 압력 가중
코스피 1.7% 급락, 코스닥 900 붕괴
베이징 봉쇄 공포로 中 증시 5% 폭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장중 1250원을 돌파했고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폭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가뜩이나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2년여 만에 환율 장중 1250원 돌파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8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249.9원으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장 마감 직전 환율은 1250.1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장중 1250원을 넘어선 것도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외환당국이 한 달 반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공식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회의에서 빅스텝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연내 3차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6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우려도 제기됐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빅스텝이 6, 7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거세지면서 국내 증시도 고꾸라졌다. 코스피는 1.76%(47.58포인트) 하락한 2,657.13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7339억 원)과 기관(3477억 원)의 쌍끌이 매도가 증시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4조 원 넘는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2.49% 급락한 899.84에 마감해 900 선이 무너졌다.
○ 베이징 봉쇄 공포까지… 중국 증시 5% 급락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봉쇄되면서 중화권 증시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5.13%, 홍콩 H지수는 4.13% 폭락했다. 일본(―1.90%), 대만(―2.37%) 증시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1∼6월) 원-달러 환율이 128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와 맞물려 환율이 조만간 2020년 3월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6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통상 외국인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매각하는데, 대규모 주식 매도세가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의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가운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다면 코스피 2,600 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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