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개월]
사천시 벌목현장 사고로 수사 받아… 제주 헬기사고도 ‘대상 여부’ 조사
지자체 등 안전관리 인력도 태부족 “사고 날까 하루하루 피가 말라”
“괜히 빨리 진행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 나요.”
중앙부처 공무원 A 씨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상반기(1∼6월) 각종 예산을 조기 집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그렇다고 부처가 발주한 공사를 독촉했다가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장관도 수사 대상이 되다 보니 부처 간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3개월을 맞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적용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1호 부처 혹은 지자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26일 경남 사천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산고용노동청은 이달 8일 벌목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놓고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사천시를 조사하고 있다. 사천시가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가 벌목 중 쓰러지는 나무에 부딪혀 숨졌다. 사천시는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분류돼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지자체장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8일 제주 남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해양경찰 헬기 추락 사고도 3명이 순직해 해양경찰청장이 경영책임자로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는지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발생 즉시 조사받는 민간기업과 달리 고용부 측이 아직 조사에 착수하지 않아 일부러 조사를 늦추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순직은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달라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따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사고 원인이 명확히 나오면 (해양경찰청장이) 중대재해법 안전 확보 의무 대상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지면서 각 지자체나 공공기관마다 안전관리 인력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시군별로 발주한 토목공사는 수백 건에 이르지만, 건설 현장 안전관리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투입된 공무원은 10명도 안 된다. 경기도는 “자격증을 소지한 민간의 안전 실무 경력자 105명을 이달 1일부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시와 화성시는 안전 전담 조직을 별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안전 점검과 교육을 계속하고 있지만 혹시 사고가 날까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며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게 인력과 예산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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