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에 위치한 ‘홈플러스 신선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농장주 박제신 씨가 직접 수확한 참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 씨 농장은 홈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은 국내 116개 참외 농장 중 한 곳이다. 성주=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버리거나 헐값에 팔던 ‘미니 참외’가 수익 효자 상품이 됐습니다.”
경북 성주에서 15년째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박제신 씨(43)에게 꼬마참외는 애물단지였다. 한 박스(10kg)에 31∼50개씩 들어가는 3, 4단 크기의 최상품과 달리 61∼80개 들어가는 6, 7단짜리 꼬마 참외는 제값을 받기 어려웠다.
상품성이 없어 홀대하던 미니 참외를 재발견한 건 지난해부터다. 박 씨 농장과 계약을 맺은 홈플러스가 미니 참외를 ‘작아도 맛있는 한입 참외’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 과피가 얇아 깎을 필요 없고 먹기가 간편해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등에서 특히 인기가 좋았다. 3월 28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홈플러스 전체 참외 매출 중 한입 참외 비중은 22%에 달했다.
지난달 15일 찾은 박 씨의 농장은 2만2200여 m²(약 6700평) 대지에 대형 비닐하우스가 20여 동이 넘었지만 상주 인력은 3명에 불과했다. 소수의 인원으로 연평균 30t 넘게 생산하는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센서 온도만 설정하면 통풍구, 냉해방지용 부직포 등이 자동으로 개폐되는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비닐하우스마다 꿀벌통을 두고 자연수분을 유도한다. 붓이나 분무기 등을 이용하는 인공수분보다 노동력이 적게 들고 참외 씨 상태나 당도, 육질이 좋다.
성주참외원예농협 유통센터에서 참외를 선별하고 세척하는 모습. 농가에서 수확한 참외를 세척하고 당도, 크기 선별 및 포장, 출하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성주=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생산 과정에서 연료 사용을 최소화해 탄소 배출량도 줄이는 저탄소 농법도 특징이다. 다른 작물과 달리 난방을 하지 않고 부직포를 이용해 ‘무가온(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지 않는) 재배’를 한다. 연작(이어짓기)으로 인한 염분과 병충해를 제거하기 위해 농지에 농약 대신 물을 가둬두고 40도 자연 열로 ‘찜통 살균’한다.
‘농장은 생산, 상품화 및 판매는 농협과 대형마트’로 이원화된 시스템 역시 효율적인 농장 운영에 도움이 됐다. 박 씨는 “과거에는 새벽 수확이 끝나면 제품 선별, 세척부터 시세 확인, 경매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는데 이젠 농사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군은 전국 참외의 75%를 생산하고 있지만 박 씨 농장처럼 대형마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농장은 지역 농가의 10%에 불과하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참외 한 봉지(1.2kg)를 7490원에 판매했다. 전국 도매상들이 입찰하는 현지 농산물공판장 경매가(10kg 박스에 7만∼8만 원)보다 저렴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중간 도매상 없이 유통경로가 단순화되고 균질한 상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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