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 해제 후 심야 시간 ‘택시 잡기 대란’이 이어지면서 택시 요금에 탄력요금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택시 요금을 올려야 낮은 수입 때문에 택시업계를 떠난 기사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네 배 줘도 못 타는 택시 대란… 실제 호출량도 급증
거리 두기 해제 후 두 번째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9일 밤 12시 무렵. 서울 종로구 종각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오랜 시간 택시를 잡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직장인 신상근 씨(34)는 “경기 부천시까지 평소 3만 원이면 가는데, 12만 원인 카카오 블랙을 타려 해도 10분 넘게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택시 대란은 국내 택시호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자체 호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리 두기가 완화·해제된 지난달 4일부터 24일까지 3주 동안 하루 평균 택시 호출은 그 직전 3주(3월 14일∼4월 3일)보다 전국에서 37%, 서울에선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 두기 강도가 더 높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호출은 전국에서 137%, 서울에서 2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016년 27만7685명이었던 택시 운수종사자는 지난해 24만1025명으로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28일 이 같은 데이터를 제시하며 탄력요금제를 포함하는 ‘당근책’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업계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해결책으로 탄력요금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택시 기사 부족이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이 힘만 들고 돈도 많이 못 버는 심야 운행을 꺼리는 데다 택시 기사가 저수입 직종으로 인식되면서 배달업계로 다수 이동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최근 택시 심야할증을 오후 10시부터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 택시업계도 찬성하지만… 지자체 “요금 상승 우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비슷한 이유를 앞세워 도입했던 최대 5000원의 스마트 호출료에는 강하게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요금은 묶여 있는데 낮은 수입 때문에 기사가 다 떠나가는 형편”이라며 “탄력요금제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만약 플랫폼 수수료를 줄이고 기사 몫을 크게 늘린다면 스마트 호출료의 재도입 등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다면 소폭의 요금 인상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과 “요금만 오르고 여전히 택시 잡기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택시 요금 결정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요금 인상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차난 해소에 있어 플랫폼 택시의 역할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국 시민들에게 택시 요금 상승 효과가 발생해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먼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력요금제를 적용하려면 승차하는 시민들이 미리 요금을 알아야 한다. 길에서 택시를 잡는 경우에는 탄력요금제 적용이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심야 택시 대란의 원인에는 목적지를 표시하는 플랫폼 택시의 ‘골라 태우기’도 있다”며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도 같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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