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달러 적자… 적자폭 더 커져
수출 늘었지만 수입은 더 크게 늘어
전문가 “연말까지 적자행진 가능성”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이 적자 늪에 빠졌다. 4월 무역수지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고유가와 고환율 등 악재가 겹치며 길게는 연말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고착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4월 수출은 576억8600만 달러(약 73조 원), 수입은 603억4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4월까지 누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넘기며 2020년 11월 이후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수입이 더 크게 늘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빼면 26억6100만 달러 적자. 지난달 1억15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고, 그 폭은 더 커졌다.
무역수지는 올해 1월 47억3400만 달러 적자에서 2월 8억9200만 달러 ‘반짝’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3월과 4월 연속 적자 행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세에 세계 각국의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에너지 수입액이 많이 늘었다. 지난달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억2000만 달러 많은 148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오름세(원화 약세)도 적자폭을 키웠다. 수입품에 대한 원화 지출액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원-달러 환율은 1272.5원에 거래를 마치며 2020년 3월 19일 이후 2년 1개월 만에 달러당 1270원을 넘기기도 했다.
환율 오름세에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로 인해 무역수지가 올해 말까지 적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월도 적자로 집계된다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무역수지 적자는 대외 요인으로 인해 연말까지 적자를 보일 수 있다”며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무역수지는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2020년 5월 이후 올 2월까지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온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그 경우 외국인의 한국 이탈이 심화되면서 원화 가치 급락, 물가 불안 등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 10일 출범할 새 정부 경제팀은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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