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엔화값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6046억엔(약 5조8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의 5843억엔보다 203억엔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말보다는 22%(1조80억엔)가 증가했다. 특히 3월부터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엔화 예금 잔액은 3월 한 달간 579억엔 늘어나며 올해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엔화 예금의 증가는 3월부터 엔화값이 하락하면서 유학생 및 무역업체 등 평소 엔화 거래를 해야 하는 수요자의 저가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도 엔화 약세에 미리 환전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향후 엔화 가치가 상승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 목적의 자금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렸던 엔화의 가치는 최근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엔화는 달러당 131엔대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엔저 수준을 경신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국이 공격적으로 긴축 전환에 나선 것과 매우 대비되는 상황”이라며 “경기 부양 필요성을 강조한 일본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결국 엔화의 급격한 약세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최근 엔화 약세는 ‘나쁜 엔저’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를 낮춰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득과 소비를 늘려 경제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급격한 엔화 약세에 구매력이 약해지고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는 ‘나쁜 엔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엔저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충분히 싸졌지만 투자 매력은 높지 않다”며 “위기 시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지위가 약화하고 있어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강세를 통한 기대 수익도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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