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 물밑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 신사업 인수합병(M&A)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반도체(DS)부문의 M&A 관련 조직도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대 사업부문의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핵심 인력을 잇달아 전진 배치 또는 영입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했다. TF장은 전사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이던 김재윤 부사장(59)에게 맡겼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말 부임한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휘하에서 M&A 업무를 주관하는 기획팀을 이끌어 왔다.
현재 신사업TF는 기획, 전략 등의 파트에서 차출된 10명 안팎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신사업 발굴 성과 등에 따라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은 올해 1월 대형 M&A와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1일 임직원 간담회 ‘DX Connect’에서도 “CEO 직속 신사업 조직 신설”을 언급했다. 실제로 직속 조직을 꾸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구체적 투자 결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 직속으로 이뤄진 이번 TF 신설은 그만큼 신사업 발굴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의미”라며 “인공지능(AI), 5G, 메타버스 등 여러 사업부의 신사업 구상을 취합하고 사업부 간 공조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취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DS부문과 전사 연구소 조직에서도 M&A 관련 인재 영입 및 배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DS부문 반도체혁신센터(SSIC)의 마코 치사리 신임 센터장이 대표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출신 반도체 투자 전문가인 치사리 신임 센터장은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100억 달러 규모) 등 반도체 업계 대형 딜을 성사시켰던 인물이다. SSIC는 삼성전자 내부 반도체 사업 관련 데이터가 최종적으로 집결하는 핵심 조직이다. 삼성전자의 사업지원 TF에서 M&A 실무를 총괄해온 안중현 부사장(59)도 최근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미래산업연구본부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회사가 사업부별 M&A 관련 조직의 재정비에 돌입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대형 글로벌 M&A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80억 달러 규모로 이뤄졌던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수 이후 의미 있는 수준의 M&A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시도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거센 합종연횡 바람에 삼성전자의 참전이 표면화하지 않으면서 회사 안팎의 위기감까지 커져가던 상황이었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6조 원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 당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여러 경영 환경적 리스크로 인해 대규모 투자나 M&A를 결정하지 못하는 동안 첨단 기술 업계는 빠른 속도로 재편돼 왔다”며 “삼성도 새로운 먹거리 마련을 위해 이제는 활시위를 당겨야 할 때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