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근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처리)’ 기술개발 방안을 대통령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부처 간 ‘엇박자’가 기술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에너지 안보’ 시대를 맞아 원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포화에 다다를 핵폐기물 처리문제가 시급해지는 만큼 핵폐기물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안심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 확보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달 5일 인수위에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방안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 핵폐기물을 분리해 우라늄을 재활용하는 신기술이다. 직접 처분 방식에 비해 핵폐기물 부피가 획기적으로 줄고 독성이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경수로 핵폐기물 2만6700t을 직접 처분하면 여의도 면적 이상의 저장 공간이 필요한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그 면적이 68분의 1로 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술은 한국과 미국이 공동 연구 중으로 기술 상용화까지 최소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시급해지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파이로프로세싱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제10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계속 개발하기로 의결했다. 2017년 국회가 안전 및 효용성을 지적하자 적정성검토위원회가 마련됐고, 위원회가 지난해 연구재개를 최종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1차 기본계획에 명시했던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내용을 뺐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가 안 돼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탈원전 단체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다만 산업부는 국회 적정성검토위원회의 재검토 의견을 받은 뒤 계획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 부처 간 칸막이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사용후핵연료 관리위원회를 설립해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한국이 충분히 선도할 수 있는 분야지만 산업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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