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다양한 공급 확대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건설 착공 물량과 준공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급등한 건설자재 가격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현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2,3년 전 주택물량 인허가 물량이 줄어든 것도 불씨가 됐다.
국토교통부는 3일(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올해 1분기(1~3월) 건설실적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허가 면적은 작년 동기보다 14.0% 증가한 반면 착공은 15.8%, 준공은 16.4%가 각각 줄었다. 특히 주거용 건축물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착공물량(34.1%)과 준공물량(30.9%) 모두 30%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는 올해부터는 착공 및 준공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전월세시장 불안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인허가 면적은 늘었다…공장시설 중심으로 증가
국토부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인허가 면적은 4075만1000㎡로 전년 동기(3573만2000㎡)보다 14.0%에 해당하는 501만9000㎡가 늘어났다. 건축물이 대형화하면서 동수는 4만6435동으로 작년 같은 기간(5만1507동)보다 오히려 9.8%(5072동)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은 1811만900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다. 반면 지방지역은 세종(224.6%)과 충북(98.2%) 경북(90.3%) 등을 중심으로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작년 동기보다 32.1% 증가한 2263만1000㎡를 기록했다.
용도별로는 공업용이 38.1%로 가장 많았고, 주거용(12.4%) 상업용(2.5%)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업용의 경우 경기지역에서 지식산업센터 등과 같은 공장시설이 55.9% 증가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 착공 면적은 줄었다…아파트 등 주거용 대폭 감소
1분기 전국 착공면적은 2602만1000㎡로 작년 같은 기간(3091만1000㎡)보다 15.8%(489만㎡) 감소했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분기별 착공면적 기준으로 2019년 3분기(2325만2000㎡)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또 최근 5년 간 착공면적의 평균 감소율(-7.3%)을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별로 수도권(올해 1분기 착공면적·1367만4000㎡)은 서울 경기 인천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12.4%가 줄었다. 지방(1234만7000㎡)도 울산 부산 제주 등 5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하락하며 19.3% 감소했다.
용도별로는 상업용(10.3%)만 늘었을 뿐 주거용(-34.1%) 공업용(-4.0%) 교육 및 사회용(-1.1%) 기타(20.8%)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주거용의 감소 폭이 컸던 것은 작년 동기 아파트 착공면적 증가폭(84.6%)이 상대적으로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실제 착공면적이 적은 게 아니라 직전 분기 물량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방침에 대한 기대감으로 착공시기를 늦추는 경향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했다. 여기에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르라이나 침략 전쟁의 여파로 건설 관련 자재가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준공물량도 두 자릿수 감소…현 정부 출범 후 최저
준공물량도 크게 줄었다. 1분기 전국 준공면적은 작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한 2637만2000㎡로 집계됐다. 이 역시 현 정부 출범 이후 분기별 준공면적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다. 또 현 정부에서 분기별 준공면적이 3000만㎡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2분기(2936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작년 동기 대비 182.5%가 폭등했는데도 수도권 전체로는 11.4%(178만9000㎡) 줄어든 1387만9000㎡에 머물렀다. 또 지방에서도 광주(168.2%) 대구(91.7%) 등 5개 시도가 크게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는 21.4% 감소한 1249만3000㎡로 쪼그라들었다.
용도별로는 교육 및 사회용(20.8%)과 공업용(0.9%)은 증가했다. 반면 주거용이 무려 30.9% 감소한 것을 필두로 상업용(13.4%) 기타(8.2%) 등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주거용은 2,3년 전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감소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 규제의 칼날, 부메랑이 됐다
국토부는 올해 2월 4일 발표한 보도자료 ‘21년 공급실적 및 12월 주택통계’를 통해 “수급에 핵심지표인 아파트 입주물량은 선행 지표 개선, 공급대책 본격화 등으로 2022년부터는 분양, 준공 등 모든 건설지표가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분기 상황만 보면 실제 상황은 정부 기대와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이다. 이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시장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쏟아낸 각종 부동산 규제의 칼날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의 설명대로 2,3년 전 인허가와 착공물량이 감소한 데에는 부동산 규제로 인해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개발업체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 O모 씨는 “당시까지만 해도 현 정부는 공급보다는 수요 억제를 위한 부동산 규제책 쏟아내기에 몰두하던 시기였다”며 “결국 규제의 칼날에 자기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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