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며 13년 반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품목에 따라 50% 넘게 올랐고, 공공요금도 물가를 끌어올렸다. 원자재 가격 불안이 계속되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소비가 늘어 물가가 6%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새 정부의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지 주목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8%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를 끌어올린 건 유류 품목과 개인서비스다. 휘발유(28.5%), 경유(42.4%),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9.3%), 등유(55.4%)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4.5%, 공공서비스가 0.7%, 월세와 전세가 포함된 집세는 2.0% 뛰었다. 외식은 6.6% 올라 1998년 4월(7.0%) 이후 최고치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에 대해 “상당 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당분간 오름세를 크게 둔화시킬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상품 물가는 석유류(34.4%)와 가공식품(7.2%)을 비롯한 공업 제품이 7.8% 올랐다. 3월에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수입 쇠고기(28.8%), 돼지고기(5.5%), 포도(23.0%), 국산 쇠고기(3.4%) 등이 올랐다. 파(―61.4%), 사과(―23.4%) 등은 내렸다. 공공요금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며 올랐다. 전기요금은 11.0%, 도시가스료는 2.9%, 상수도료는 4.1% 상승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원자재 수급난,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 등 주로 대외 요인 때문이다.
문제는 대외 요인에 국내 요인까지 겹쳐 상승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2일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가 회복되고, 이는 5월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6%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물가 상승률은 6월에 6%대로 올라서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의 수정된 경제성장률을 봐야겠지만, 넓은 의미로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고물가에 임금인상 요구도 높아져 한국도 미국처럼 임금발 물가 상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올해 사업장별 임금교섭에서 8.5%의 인상을 요구하기로 2월 결정했다. 요구하는 인상 폭이 2019년 7.5%, 2020년 7.9%, 2021년 6.8%에 비해 높다. 재계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물가 상승→임금 상승→물가 추가 상승의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한은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올라갈수록 경제 주체들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높이기 쉽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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