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보상금 등 3700억-70개월 소요될 듯”
신축단지 전면 철거는 국내 처음… 설계변경 등 총비용 더 늘어날수도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 붕괴된 동을 포함해 8개 동 847채를 전면 철거한 뒤 재건축하기로 했다. 거의 준공 단계에 이른 신축 아파트 단지를 모두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철거부터 재시공까지 총 3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규 HDC 회장은 4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안전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사고가 난 201동만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며 입주 예정자와 인근 상인 등과 협상을 벌였지만 이들이 전면 재시공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국토부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에 법이 정한 최고 수위의 처벌(등록말소 또는 정지 1년)을 내릴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데에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현장을 방문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기업은 망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현대산업개발은 3일 밤 12시에 가까운 시간까지 회의를 한 끝에 전면 재시공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재시공에 총 5년 10개월(70개월), 3700억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입주 지연에 대한 지체보상금, 철거비용, 기존 공사가 원점으로 돌아간 데 대한 손실까지 포함되며 애초 공사비(약 2500억 원)보다 소요 비용이 대폭 늘었다. 입주 예정자에 대한 지체보상금 규모만 800억∼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1월이었던 입주 예정 시기도 2028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철거 방식이나 안전을 위한 설계 변경안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총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인근 상가 주민들도 정밀안전진단,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는 데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이 주거 대책 마련까지 촉구하고 있다.
원 후보자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전면 철거 재시공’이라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 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