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6일로 시행 100일째를 맞지만 여전히 현장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법을 경영상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는 곳도 3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 5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서 중기 3곳 중 1곳(35.1%)은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보건 전문 인력 부족’(55.4%) 때문이었다.
실제로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 있다는 응답은 31.9%에 그쳤다. 다른 업무와 겸직하거나(44.8%), 전문 인력이 없는 경우(23.2%)가 더 많았다.
의무사항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다. 중대재해법 의무사항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50.6%)에 불과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의무사항을 잘 모른다는 비중이 늘어나 50~99인 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60.4%)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의 81.3%는 중대재해법으로 체감하는 경영상 부담이 “크다(매우 크다+다소 크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들은 산재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근로자 부주의 등 지침 미준수’(80.6%)에 있다고 봤다. 근로자 부주의로 인한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근로자에 대해서도 의무 및 책임 부과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88.2%에 달했다.
입법보완 사항으로는 △사업주 의무내용 명확화(60.8%) △면책규정 마련(43.1%) △처벌수준 완화(34.0%) 순으로 집계됐다. 사업주 의무내용 명확화 관련, 중소기업들은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필요한 조치 구체화,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구체화, 안전보건 관계법령 범위 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실질적인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설비 투자비용 등 지원 확대(73.6%) △컨설팅·대응 매뉴얼 배포 등 현장 지도 강화(42.7%) △전문인력 채용을 위한 인건비 지원(42.3%)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달 25일까지 접수된 사망사고 건수는 1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2건)보다 37.5% 늘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도리어 늘어난 것.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수위는 높은 반면, 의무내용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이 매우 크다”며 “실질적인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의무내용 명확화 등 입법보완과 안전설비 투자비용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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