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빅스텝 후폭풍]
날개 단 수출 4월 기준 최고 실적
무역적자 26억 달러로 되레 악화
高금리 속 물가상승 압박도 커져
이미 치솟은 물가에 금리, 환율까지 오르는 ‘3고(高)’ 현상이 심화되며 서민경제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의 4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26억6100만 달러 적자였다. 3월(1억1500만 달러 적자)에 이은 2개월 연속 적자다. 4월 수출은 576억8600만 달러, 수입은 603억4700만 달러였다. 수출은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4월 기준 최고치였지만 수입이 그보다 더 많이 늘며 적자 폭은 오히려 커졌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였다. 지난달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48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7억2000만 달러)의 2배가량으로 늘었다. 중간재인 메모리(42.4%), 석유제품(34.8%) 등의 수입 증가율도 높았다.
문제는 미 연준의 빅스텝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272.7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가격이 저렴해져 가격경쟁력이 강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수입비용도 커져 무역적자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수입가격을 끌어올려 무역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1% 오른 배럴당 108.2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0.69% 오른 배럴당 11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무역마저 휘청거리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가격 급등, 원화 약세 등 여러 대외 여건이 수출,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성장률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주체 가운데 서민들의 생활고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한 와중에 환율이 계속 오르니 물가가 더 뛰기 쉽다. 여기에 시장금리까지 오르면 안 그래도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빚 상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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