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중 주식을 산다면?” 넷플릭스로 보는 플랫폼 비즈니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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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12)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흔들리는 ‘파괴적 혁신’
“음, 망했어요.”(Well, it’s a bitch.)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1~3월) 실적 발표 다음 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적 때문이다.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신화를 일군 넷플릭스가 최근 휘청이고 있다. 신규 가입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 넷플릭스는 19일(현지 시간) 1분기 전 세계 가입자 수가 2억2164만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20만 명 줄었다. 순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1분기 가입자가 25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전망도 어둡다. 넷플릭스는 2분기(4~6월) 고객 200만 명이 더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장 중 700달러를 찍었던 주가는 지난달 29일 185달러까지 추락했다. 거의 ‘반의 반 토막’까지 났었다.

‘개척자’에 대한 존경심은 어디로 갔는지, 그간 꾹꾹 눌러온 것처럼 비판들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경쟁사와 가격을 비교하면서 “비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애플TV플러스의 ‘파친코’가 뜨면서 ‘오징어게임’의 딱지치기는 정말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일러스트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 한때는 넷플릭스 보려 케이블 선을 잘랐다
넷플릭스는 ‘파괴적 혁신’의 상징이다. 넷플릭스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디지털 전환 두 가지 모두 성공한 케이스다.

헤이스팅스는 과거 DVD를 빌린 뒤 반납을 깜빡했다가 40달러의 연체료를 물어줬는데, 여기서 ‘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1997년 DVD 대여 업체를 설립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언젠가는 디지털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것으로 확신하고, 2007년 직원 7명과 동영상을 PC 등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차렸다.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물론, 사업 초기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가웠다. 2011년 넷플릭스는 가격을 올리고 DVD와 스트리밍을 분리시켰는데, 스트리밍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였다. DVD 대여는 아예 새 웹사이트로 옮겨버렸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8만2000개의 ‘분노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가격을 올린 데다,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던 DVD 사업을 따로 떼놓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해 9월 ‘엉망진창 넷플릭스’라는 기사에서 “영화가 영화관에 나오고 4개월 후면 DVD 대여가 가능하다”며 “반면, 스트리밍은 영화를 소유한 스튜디오마다 계약해야 하는데, 협상에 수 년은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DVD로는 몇 달 안 돼 신작을 소개할 수 있지만, 스트리밍은 개별적으로 스튜디오마다 계약을 해야 해 작품을 공개하는데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넷플릭스가 유명해질수록(부자가 될 수록) 콘텐츠를 보유해 ‘갑’ 노릇을 하는 스튜디오의 요구사항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성급하게 미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보란 듯 성공가도를 달렸다. 미국 범죄물 ‘브레이킹 베드’ ‘베터 콜 사울’ 등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한 넷플릭스는 직접 제작에 나섰고, 곧바로 독점 콘텐츠(오리지널)들을 선보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 ‘나르코스’ 등은 전 세계 팬을 끌어 모았다.

특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2013년 1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2917만 명을 기록하며 미국 2위 케이블 방송인 HBO까지 제쳤다. 케이블방송·인터넷TV(IPTV)·위성방송 같은 전통 유료 방송을 끊고, 대신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코드커팅’(Cord cutting) 현상이 이어졌다.

전 세계 콘텐츠 제작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브레이킹 베드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한 이후 10배 더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좋은 원재료(각본)와 자본이 몰리면서 ‘방구석 시청자들’은 계속 모여들었다. 스트리밍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도 스트리밍 트렌드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한 축을 세우면서 ‘넷플릭소노믹스’(Netflixonomics·넷플릭스+경제)라는 단어까지 만들었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추이. 동아일보DB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추이. 동아일보DB

● “올드 미디어들이 넷플릭스를 쫓고 있다”
그랬던 넷플릭스가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객이 줄었다. 해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경제활동이 기지개를 켰다. 각국이 리오프닝에 돌입하자 미 블룸버그통신은 “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뒤흔들며 빠르게 성장했는데, 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시청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가 서방의 규제에 발 맞춰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으면서 70만 명의 가입자가 줄어들었다.

넷플릭스에서 이보다 더 심각하게 본 것은 ‘계정 공유’다. 고객들이 비밀번호를 서로 공유해 한 계정으로 여러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몰래 시청’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무단 가입 계정이 1억 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싸울 상대도 많아졌다. 국내외에서 지난해부터 판도 변화에 대한 예상이 종종 나왔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프라임, 애플TV플러스, 훌루 등의 업체가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OTT 업체다. 보유한 자체 콘텐츠만 1만6000여 편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4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왕국의 디즈니와 어벤져스의 마블, 토이스토리의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유명 콘텐츠들이 수두룩하다.

팬데믹(대유행) 기간 스트리밍 시장에서 어린이 고객이 늘어난 것도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 패럿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어린이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58% 증가한 반면, 기타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22.5% 늘었다. 전체에서 아동용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서 10.5%로 확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젊은 시청자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TV플러스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로 최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 업체들은 OTT라는 본업에 집중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랜드나 아이폰, 아마존닷컴 등 기존 핵심 사업을 스트리밍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2월 넷플릭스의 미국 TV 시청점유율은 6.4%로 지난해 5월의 6%에서 0.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아마존프라임도 2%에서 2.3%로, 디즈니플러스도 1%에서 1.7% 늘어났다.

그간 외면 받던 ‘올드 미디어’들의 활약도 있다. 워너미디어 계열의 OTT인 HBO맥스와 케이블 채널 HBO의 1분기 전 세계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80만 명 늘어난 7680만 명이었다. 직전분기 보다 300만 명이나 늘었다. HBO는 밴드오브브라더스,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로 유명한 미국 대표 방송국이다. 시트콤 프렌즈와 빅뱅이론 등도 HBO맥스에서 볼 수 있다. HBO맥스는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경쟁사들이 가지고 있는 스포츠 중계권이 넷플릭스에 없다는 점도 넷플릭스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NYT는 최근 “디즈니, HBO 같은 구식 미디어 회사가 스트리밍 스타에 도전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넷플릭스를 쫓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에 상륙한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국내에 상륙한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 P(가격)도 Q(고객)도 ‘C(비용)’도 걱정
가격도 문제다. 경쟁사들이 사업을 키우면서 선택권이 늘어나자 고객들은 가격표를 보기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9900원이다. 월 9500원~1만7000원 수준인 넷플릭스보다 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가격을 올렸는데, 가격 인상으로 고객이 이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가격(P)과 판매량(Q), 비용(C)의 함수다. 가격을 올리거나 많이 팔면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리거나 물건을 더 팔기 어려울 때는 비용(C)을 줄인다. 가격은 이미 올렸고, 경쟁자로 고객이 늘기는커녕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의 비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조 단위’다. 어마어마하다.

이 같은 비판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테슬라, 우버 등과 함께 “1년에 10억 달러(약 1조2600억 원)를 태워버리는 회사는 섹시하지만 통계적으로는 파멸”이라며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런데, 콘텐츠 제작에 이 만큼 투자하지 않았으면 넷플릭스가 지금과 같은 ‘스트리밍의 거물’이 될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는 미끄러진 실적에 효율적인 제작을 강조하면서도 제작비를 줄이진 않겠다고 밝혔다. WSJ은 “넷플릭스가 비용 대비 효율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비 관리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지난해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투자비를 깎진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신규 콘텐츠 제작에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70억 달러(21조47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0년보다 57% 늘어난 규모다. 인도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넷플릭스 로고
넷플릭스 로고

● 흔들리는 구‘속’경제
넷플릭스가 흔들리면서 구독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두고도 말이 많다.

구독경제는 고객이 한 달에 정해진 비용을 내면, 서비스를 맘껏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용자는 개별 콘텐츠를 이용할 때보다 적은 금액으로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정기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 전략은 초기에는 가입비로 쉽게 수익화를 할 수 있지만, 추격자가 저렴한 가입비로 공격할 수 있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회사는 고객이 특정 콘텐츠에 꽂혀서 한 번 결제를 시작하면 쉽게 구독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구독경제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잘 나가자,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넷플릭스 모델을 따라서 한 달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두 번째 달부터 결제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짰다. 고객 중 일부는 한 달 안에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을 깜빡 잊고, 이용 대금을 내기도 한다. 기자도 그랬다.

넷플릭스의 고객 이탈을 보면서 구독경제 모델의 ‘구속력’이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잇달아 나왔다. 정기 결제를 한 이용자들이 ‘잡아둔 고기’인 줄 알고 안심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플랫폼 회사에게 ‘록인’(lock-in)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요즘 IT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경쟁사 대신 자사 플랫폼 내에 이용자들을 묶어둘까 고민한다.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물건을 사게 하거나 최소한 광고라도 보게 만드는 것이다.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 제작사와 이용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업체에 속한다. 다만, 넷플릭스는 광고 없이 월별 구독료만 받는 전략을 그동안 유지해왔다.

넷플릭스 로스엔젤레스 사옥 간판. AP 뉴시스
넷플릭스 로스엔젤레스 사옥 간판. AP 뉴시스

● 네이버·카카오로 보는 ‘록인 전략’
전문가들은 이 같은 쉬운 고객 이탈이 구독 서비스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비용을 어떻게 받는지 보다, 비즈니스 속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들이 월별 요금을 받고 이모티콘이나 웹툰 등을 이용하게 하는 구독모델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들도 항상 고객 이탈을 두려워하고 고객을 묶어두는 자물쇠 전략을 핵심으로 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중에 주식을 산다면 무엇을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돈은 네이버가 더 잘 번다. 지난해 네이버 실적은 연 매출 6조8176억 원, 영업이익은 1조3255억 원이었다. 카카오는 6조1361억 원, 5969억원. 2020년에는 격차가 더 컸다.

그런데, 현재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네이버가 46조2600억 원, 카카오가 39조7100억 원으로 버는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안 난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카카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업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버의 주요 사업은 검색 광고, 쇼핑, 핀테크, 웹툰 등이다. 카카오는 톡비즈(카카오톡), 웹툰 등 콘텐츠, 게임 등이다. 임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으로, 카카오톡은 네트워크(SNS)로 시작한 회사”라며 “검색은 구글로, 쇼핑은 더 저렴한 플랫폼으로 넘어가기 쉽지만, 카카오톡이나 택시 등 모빌리티, 은행 등은 사람들이 많이 쓸수록 효용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구속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당장 수익으로 보면 네이버의 경쟁력이 강하지만, 카카오의 주요 사업이 록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래 전망을 보고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플랫폼 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쇼핑과 카카오톡. 동아일보DB
네이버 쇼핑과 카카오톡. 동아일보DB

● 넷플릭스가 꺼내든 쌍따봉·광고·단속반
넷플릭스도 네이버와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 제 아무리 오징어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작을 내놔도, 사람들은 이 시리즈만 보고 구독을 해지하거나, 어벤져스 시리즈 신작을 찾아서 디즈니플러스 같은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다른 재밌는 작품을 내놓으면 다시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명작을 내놓아 고객을 붙잡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투자를 늘려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영화·드라마 같은 작품은 흥행을 사전에 알 수 없는 ‘행운의 과자(포춘쿠키)’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처참한 실적 발표와 함께 꺼내든 ‘더블 떰스-업(Double Thumbs-Up)’ 대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려 ‘쌍따봉’이다. 현재 넷플릭스 이용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양인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데, ‘최고예요’를 추가한 것.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는 “이용자들끼리 서로 평가를 공유할 수 있게 해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넷플릭스가 향후 다양한 전략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 기간에는 대다수가 콘텐츠 소비가 많아 수혜를 봤지만, 리오프닝으로 ‘헤비유저’가 줄어들기 때문에 맞춤형 상품으로 매출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 교수는 “고객 수요가 변화한 만큼 넷플릭스가 이용자의 선호도 정보를 활용해 ‘버저닝’(제품 별 가격 다양화)이나 ‘번들링’(묶음 판매), ‘프리미엄’(Free+Premium, 무료+고급화) 등 다양한 가격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넷플릭스가 밝힌 광고 도입도 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에 비해 비싸다는 비판을 들어왔던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가 저렴한 요금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요금제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몰래 시청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입자 성장기에는 계정 공유를 묵인해 왔지만, 상황이 변했다”면서 공유 계정 상대로 과금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미국, 캐나다에서만 아이디(ID)를 공유하는 고객이 300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유료 계정 공유 고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넷플릭스에 뜬 ‘쌍따봉’.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에 뜬 ‘쌍따봉’. 넷플릭스 캡처

●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
미디어 컨설팅 회사의 온프렘의 설립자인 존 크리스찬은 “극장, 테마파크, 소비재를 가진 디즈니를 보라”며 “넷플릭스가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선 이러한 것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사업의 다각화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NYT는 “고객들은 인기 프로그램을 고수하기 보다는 ’히트작‘이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며 “꼭 봐야 할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넷플릭스를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사업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어찌됐든 경쟁사들이 OTT 시장에 들어오면서 선택권이 넓어지고,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는 현 상황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비즈니스 혁신을 넘어서서 ‘넷플릭스 앤드 칠’이라는 문화적 현상까지 만들어낸 넷플릭스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집에서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편하게 놀자는 뜻으로, 성적인 유혹도 들어가 있다. 해외에서 “라면 먹고 갈래”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재밌는 설문조사도 있다. 2017년 넷플릭스가 의뢰한 설문에 따르면 집 밖에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미국인 중 12%가 “공중 화장실에서 시청한 적 있다”고 답했다. 37%는 회사에서도 봤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미국인의 드라마·영화 시청 습관을 일정 부분 바꿔놓은 셈이다. 물론 그만큼 유튜브도 많이 봤을 듯하다.

수년 간 넷플릭스는 단순히 할리우드 영화 산업만 뒤 흔든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를 미국 중심의 블록버스터에서 다변화시켰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더빙과 자막이 전 세계 170여 개 스튜디오에서 34개 언어로 만들어진다. 어디에서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EU)의 24개 공식 통번역 제공 언어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사용자가 적은 룩셈부르크어로 만들어진 경찰 드라마 ‘캐피타니’가 넷플릭스 덕분에 탄생했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국경을 넘나든다. 이코노미스트는 “챔피언스리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말고 유럽인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보는 순간은 드물었다”며 “자막이 서비스되는 넷플릭스가 유럽 공통의 문화를 만들었다”고도 평가했다.
● 쿠키 코멘트
이러한 분석에 지극히 공감한다. 최근 기자가 봤던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하나는 브라질 드라마 ‘부패의 메커니즘’이었다. 이는 과거 브라질 정경유착 비리 스캔들 수사인 ‘세차(Lava Jato) 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머나먼 브라질에서 나왔을 법한 TV 드라마를 국내에서 볼 기회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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