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꺾인 후 전국 주택 미분양이 6개월 연속 늘어나면서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분양 주택 총량 규모가 아직 시장 둔화를 우려할 만큼의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속도가 가팔라 시장에서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7974가구로 한달 전(2만5254가구)에 비해 1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10월 1만4075가구, 11월 1만4094가구, 12월 1만7710가구, 올해 1월 2만1727가구, 2월 2만5254가구, 3월 2만7994가구 등 6개월 연속 늘어났다.
최저점이었던 작년 9월(1만3842가구)과 비교하면 미분양 주택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규모가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보통 미분양 물량 5만가구를 분양 경기의 척도로 보는데 아직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또한 국토부가 미분양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전국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때인 2008년 말(16만5599가구)과 비교하면 현재 미분양 물량은 17% 수준이다.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악성 재고’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규모 변화폭도 크지 않은 편이다. 3월 말 기준으로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7061가구로 전월 7133가구 보다 오히려 1.0%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분양 쌓이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데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일부 지역은 분양 시장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대구 지역 미분양 주택 규모는 6472가구로 1년 전인 지난해 3월(153가구)에 비해 43배 늘어났고, 인천도 미분양이 532가구로 1년 전(130가구)에 비해 4배 넘게 늘어났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보다는 증가했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의 물량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속도는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급격한 수준이어서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증가폭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인 정책 적용이 필요하다”며 “건설사도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장 옥석 가리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미분양 주택 증가는 공급량이 많거나 분양가가 기존 주택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지방에 집중돼 있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대구가 압도적이다. 대구의 경우 3월 말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6572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대구는 최근 5년 간 아파트 공급량과 세대 수 비율이 11.2%로, 도시 전체가 신도시로 개발 중인 세종 다음으로 많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도(道) 단위에서는 경북이 6552가구로 가장 많았다. 경북 지역은 기존 아파트 ㎡당 매매가격이 약 225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매매 가격보다 다소 높다는 인식에 미분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역시 미분양 물량 총량이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증가세가 가파르다. 3월 말 기준으로 서울 미분양 물량은 180가구로 전달(47가구)대비 98가구(119%) 증가했다.
동대문구 용두동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133가구, 강동구 길동 ‘경지아리움’ 32가구 등 대부분 도시형생활주택, 주거형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아 경쟁이 치열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주택 시장이 침체되고 청약 실수요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지역, 입지, 분양가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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