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 불안으로 정제마진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장비 가동률을 100%에 육박하는 ‘풀가동’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4사 중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3사가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향후 당분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최근 정제설비 가동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치인 9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수요가 저조했던 지난해 60%대를 오가던 정제설비 가동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발한 올해 1분기(1~3월)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83%까지 올랐다. 최근까지 정제마진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가동률을 더욱 높여 100%에 육박하도록 조정했다.
나머지 회사들도 풀가동 행렬에 동참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정제마진 상승에 따라 정제설비 가동률을 99.6%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GS칼텍스 역시 최근까지 90%대 후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 가동률을 9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렸다가 지난달 말부터 정제시설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다소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실질적으로 정유사에 돌아가는 부분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정유업계에서는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간주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0.04달러로 6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치솟고 있다. 3월 셋째 주 배럴당 7.76달러를 기록한 이래 6주 사이에 3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정유4사의 올 1분기 성적표에도 역대급 정제마진 강세가 반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 1조6491억 원을 기록했으며 에쓰오일이 1조3320억 원, 현대오일뱅크가 7045억원으로 3사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아직 1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GS칼텍스도 호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정제마진 강세는 휘발유-경유 모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드라이빙 시즌’이 도래하는 한편 항공유 수요의 개선, 중국 봉쇄 해제 이후의 수요 회복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정제마진은 강세가 지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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