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 압박과 긴축 정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증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공모가를 낮추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간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10조72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조1494억 원)과 비교하면 33.6% 줄어든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며 코스피가 2,000 선 밑으로 무너졌던 2020년 같은 기간(10조6555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1월 하루 평균 26조4778억 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12월 9조9195억 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올해는 10조∼11조 원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거래 위축은 최근 미국 증시 급락의 충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 증시는 4일(현지 시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은 없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날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강한 긴축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다시 힘을 받으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 등은 3∼4%대씩 폭락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폭은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 향방에 따라 0.25∼0.75%포인트까지 여전히 유동적”이라며 “향후 1, 2개월간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 및 고용 지표에 따라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 부진 여파에 IPO를 앞둔 기업들이 공모가를 낮추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등 IPO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최근 기업 가치 평가에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할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공모를 준비 중인 기업들 또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8일 IR 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IPO를 통해 신규 상장한 기업 23곳 중 35%인 8개 기업이 공모가를 당초 회사가 제시한 희망 범위(밴드) 하단 이하로 확정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 94곳 중 82%인 77곳이 공모가를 밴드 상단 이상에서 확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상장을 철회하거나 뒤로 미루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코스피 상장을 계획 중이던 사이버 보안업체 SK쉴더스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6일 금융감독원에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약물 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도 올해 1, 3월 수요예측 부진으로 IPO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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