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자 새 정부 첫 추경안이 역대 최대인 59조40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정부가 윤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1호 국정과제로 꼽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19 온전한 손실보상’을 이행하기 위한 재정 실탄을 장전한 셈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26조3000억원,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방역체계 보강에 6조1000억원, 삶을 위협 받는 취약계층 지원 등에 3조1000억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정부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짠 8번째 추경으로, 당초 약속한대로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 지출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다만, 지난해 60조원이 넘는 역대급 초과 세수가 발생하며 세수 추계 오류 논란이 빚어진 데 이어 올해도 53조원에 달하는 초과 세수가 예상돼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초과세수 기반 ‘2022년도 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추경안은 1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역대급 규모, 국채 발행 없다지만…초과 세수 논란 되풀이될 듯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꺼낸 추경안은 역대 추경 가장 큰 규모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해 집행한 34조9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역대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빠른 추경이기도 하다. 이전 정부도 2017년 출범 한 달 만에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지만 윤 정부는 불과 이틀 만에 추경 카드를 꺼냈다.
59조4000억원의 추경 재원은 상당 부분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활용한다. 정부는 53조3000억원 상당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세입 경정을 통해 지방교부금 등 법정 지방이전지출 23조원을 제외하면 36조원 상당을 온전히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보강, 민생안정 뒷받침에 지출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약속한 대로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고, 세계잉여금과 한은잉여금, 기금 여유자금 등으로 8조1000억원을, 지출 구조조정으로 7조원을 마련했다. 초과 세수 중 9조원은 국채 축소에 쓰일 예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차 추경 브리핑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3월까지의 국세실적을 바탕으로 징수기관과 외부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한 결과, 주요 거시변수의 변화, 전년도 법인실적 호조 등으로 총 53조3000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계됐다”고 설명했다.
추경 편성으로 올해 총지출은 1차 추경(624조3000억원)보다 52조4000억원 증가한 676조7000억원이다. 국가채무는 1차 추경(1075조7000억원) 대비 8억4000억원 줄어든 1067조3000억원이다. 1차 추경으로 50%(50.1%)를 넘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0.5%포인트(p) 감소한 49.6%가 될 전망이다.
역대급 추경 규모에도 초과 세수를 대부분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국채 비율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게 됐지만 지난해 61조3000억원의 세수 추계 오류에 이어 2년 연속 막대한 초과 세수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난 11일 사전 브리핑에서 “다시 한 번 작년에 이어서 초과 세수가 금년에 발생되는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다”며 “이번 추경에 상당 부분 재원으로 활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명 600만~1000만원 지급…손실보상 현실화
지속적인 영업제한과 집합금지 등 방역 조치로 누적된 피해를 온전히 보상하기 위해 1인당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소기업에 매출액 10억~30억원의 중기업(7400곳) 등을 포함한 370만명(업체)이다. 지원 금액은 업체별 매출규모와 매출감소율 수준을 지수화·등급화해 최소 600만원에서 800만원을 일괄 지급한 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매출이 40% 이상 감소했거나 방역조치가 이뤄진 중기업은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손실보상법에 따른 소급 효과를 보다 충분하게 지원하기 위해 보정률 비율을 90%에서 100%로 상향하고, 분기별 하한액도 1분기부터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한다. 2분기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보상분 3000억원도 반영했다.
소상공인 잠재 부실 채무가 70조원을 넘는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에 따른 긴급 금융지원과 채무 관리를 위한 재정 소요도 반영했다.
신규대출이 필요한 영세 소상공인은 특례보증을 통해 3조원 규모를 신규 대출한다. 현재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잠재부실채권 30조원을 매입해 10조원 수준의 채무조정도 이뤄질 예정이다.
◆저소득 취약계층 4인 가구 최대 100만원…특고·택시기사 최대 200만원
생활고를 겪고 있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해 한시 긴급생활지원금과 에너지바우처 확대, 취약계층 금융지원 3종 패키지 등 민생 안정 대책도 담겼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227만 가구에 긴급생활지원금 명목으로 1조원을 편성해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저소득 서민, 청년·대학생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0조원 이상의 금융지원 3종 패키지를 공급한다. 안심전환대출, 청년·대학생 소액금융,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이다.
고유가 등으로 인해 냉·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어려운 어르신, 장애인 등 서민계층에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대상을 확대한다. 생계의료급여 수급가구 중에서 기후민감계층(87만8000가구)에 주거·교육급여 수급가구 중 기후민감계층(29만8000가구)을 추가 지원한다.
최근 식자재 물가 상승을 감안해 군인 장병 급식비 단가를 1일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리고, 근로장학금 지원 규모도 13만5000명으로 2만명 늘린다.
방과후 강사,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등 특수고용직·프리랜서 70만명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00만원을 지원한다. 법인택시 기사, 노선·전세버스 기사 16만1000명에게는 소득안정자금 200만원씩을 준다. 저소득 문화예술인 3만명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100만원 지원한다.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할인쿠폰 지원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고, 밀가루 제분업체 대상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상승소요의 70%를 국고로 한시 지원한다.
◆코로나19 아직 끝나지 않았다…치료제·병상 확보 등에 6.1조
방역 소요 보강에 6조1000억원을 배정해 아직 끝나지 않은 감염병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앞당긴다.
3월 확진자 급증에 따른 진단검사비 1조6000억원을 추가하고, 확진자 자가격리 중 재택·입원치료비(7000억원)와 생활지원·유급휴가비(1조2000억원) 지원 소요도 반영했다.
기조질환자 치료제 처방 범위를 40세에서 12시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먹는 치료제 100만명분을 추가 확보하고, 주사용 치료제 추가 공급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백신접종 효과가 낮은 면역저하자 보로를 위한 항체치료제 2만명분(396억원)을 신규 도입한다. 고위험군 중심의 신속한 의료 대응체계를 운영하기 위해 1조7000억원을, 항체양성률 조사(38억원)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55억원)에도 신규 예산을 마련했다.
강원·경북 동해안 산불피해 농가 지원과 산림복원 등을 위해서도 1000억원을 지출한다. 산불피해지역 주미을 대상으로 한시 공공일자리를 지원하는 등 희망근로를 확대한다.
아울러 코로나 재확산과 각종 재해 등 예측하지 못한 재정 투입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예비비 1조원도 추가 확보했다. 초과 세수 중 지방교부세(12조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11조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 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은 이미 생계의 위협을 넘어 생존의 위협에 이르러 국회에서 추경안을 최대한 신속히 심의·확정시켜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며 “정부는 국회에서 추경이 확정되는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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