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내 증시 하락세가 거듭되고 있지만 주식을 팔라는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증권사가 상장기업의 눈치를 보며 ‘장밋빛 보고서’만 내놓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최근 1년 동안 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작성한 국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등 3곳뿐이었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투협은 2015년부터 증권사들이 내놓은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나눠 각 비율을 공시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코스피가 10% 가까이 하락하는 동안 국내 증권사 32곳 가운데 29곳은 주식을 팔라는 의견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 3곳도 전체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0.06%에 그쳤다. 반면 매수 의견 비율은 평균 93.58%, 중립 의견은 6.36%였다. 연간 2만여 개의 리포트가 발간되는 가운데 대다수 리포트가 매수에 편향된 투자의견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매도 의견을 내고 있다. 최근 1년간 메릴린치증권이 내놓은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은 28.1%에 이른다. 골드만삭스(15.4%),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15.6%), JP모건(11.8%) 등도 매도 의견 비중이 10%를 웃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은 증권사의 최대 고객”이라며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낼 경우 기업금융 업무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기업 눈치를 보며 높은 목표 주가를 제시하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실제 주가와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의 차이인 괴리율은 13일 현재 평균 30.48%에 이른다. 삼성전자(28.76%), LG에너지솔루션(28.58%), SK하이닉스(27.03%) 등 대다수 종목의 목표 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외국계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국내 기업을 분석하는 등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리서치센터가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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