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급등기를 지나며 해당 가격대 아파트 매물이 약 60%에서 7%까지 급감한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그 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16일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시세 현황을 조사한 결과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만3474가구(4월29일 기준)로 전체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121만4983가구) 중 7.69%에 불과했다.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60%에서 7%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2017년 5월26일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78만7277가구로 당시 매물로 나왔던 127만5928가구 중 62.68%를 차지했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북구에서 가장 감소 폭이 컸다. 5년 전에는 강북구에서 나온 아파트 매물 98.01%가 6억원 이하였지만, 현재 6.48%로 가장 많이 줄었다. 그 뒤로는 성북구(95.03%→4.66%), 관악구(96.99→10.27%), 동대문구(89.1%→3.1%) 등이 뒤를 이었다.
2017년 5월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10%를 넘지 않았던 자치구는 강남구(7.54%)와 서초구(6.46%) 2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도봉·금천·노원·중랑·구로·관악구를 제외한 19개 구 모두 그 비중이 10%를 밑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정부를 거치며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것이 6억원 이하 아파트 실종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2017~2021년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66.25%에 달한다. 또 다른 민간 통계인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722만원으로 2017년 5월(6억708만원) 대비 6억7014만원 뛰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도 94.09%에서 50.8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구리시(96.77→14.7%), 광명시(91.82%→11.39%), 안양시(93.91%→25.22%)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과천시에서는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8.3%에서 0%로 떨어졌다.
6억원은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이 적용되는 집값 마지노선이다.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가구가 대상이며 대출 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70%로 높아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주로 이용해왔다.
정부는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6억원을 기준선으로 정책을 짰다. 하지만 서울, 경기에서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 자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것도 대부분 외곽 노후 아파트나 소형 평수다.
전문가들은 6억 이하 아파트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감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전처럼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진 않겠지만,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새 정부에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등 관련 대책을 빠르게 적용하면 수요가 분산되며 그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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