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이창용 “경제상황 엄중…정부·중앙은행 정책 공조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6일 19시 25분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재정당국 수장이 새 정부 출범 6일 만에 단독으로 만나 정책 공조를 약속했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물가안정대책을 예고했다.

이 총재와 추 부총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조찬 회동을 갖고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단독 회동을 가진 건 처음이다.

● 빅스텝 카드 꺼낸 이창용
두 수장은 한국 경제가 ‘위중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데다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달 후보자 시절만 해도 “한국은 한 번에 0.25%포인트 넘게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빅스텝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은 “(빅스텝을 배제하기에) 데이터가 불확실하다”고 했다.

물가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곡물값이 치솟는 가운데 인도 등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잇달아 수출금지에 나섰다. 연준이 22년 만에 빅스텝을 밟은 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 육박하며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59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조만간 시중에 풀린다. 지난달 4.8%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상황을 보고 7, 8월 경제 상황과 물가 변화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이 당장 이달 26일 열리는 금통위에선 빅스텝을 밟진 않겠지만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가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불신을 안긴 만큼 이 총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 추경호 “종합 물가안정대책 고민 중”
다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 경제에 경기 둔화가 그대로 파급된다”며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맞게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정책 수단이 제약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최적의 정책조합(Policy Mix)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다양하고 종합적인 물가안정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추가 물가 대책을 예고했다.

대규모 추경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추 부총리는 “물가 불안 우려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율 상승과 관련해서는 “외환시장 안정이 필요하고 중앙은행과 정부가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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