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美긴축 등 악재에 지난해부터 발행된 77개 상품
원금손실구간 진입한 적 있어
작년말 34조원이던 미상환액도 현재까지 42조원으로 늘어나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늘고 있다. 수익을 조기에 지급하지 못하는 상품도 속출하면서 상환하지 못한 ELS 규모가 40조 원을 넘어섰다. 겹겹이 쌓인 대외 악재로 국내외 증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ELS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행된 ELS 상품 가운데 77개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LS는 일반적으로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가 발행 시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 구간에 진입하도록 설계된다. 또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면 조기 상환되는 구조다.
올 들어 해외 증시가 크게 휘청거리면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럽 유로스톡스50, 홍콩 H지수 등 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에서 녹인 구간에 진입한 상품이 많았다.
예컨대 홍콩 H지수와 S&P500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하이투자증권의 ELS 2473호는 H지수가 발행 시점(지난해 2월) 대비 40% 넘게 급락하면서 최근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S&P500은 1년 1개월 만에 4,000대가 붕괴돼 올 들어서만 16% 가까이 급락했고, 유로스톡스50도 14% 이상 하락해 4,00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넷플릭스, 메타(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기술주들이 급락하면서 이들 종목을 담은 ELS도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ELS 21358호는 넷플릭스 주가가 올 들어 70% 가까이 폭락해 지난달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는 최종 만기 때 모든 기초자산이 기준가격의 75% 이상 등이 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행된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높아 녹인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초자산의 주가가 급락하자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조기 상환에 실패하는 ELS도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9일 S&P500과 유로스톡스50 등을 따르는 ELS의 조기 상환을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같은 날 KB증권도 ELS 11개의 조기 상환을 미룬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ELS의 미상환 발행 잔액은 16일 현재 42조2504억 원으로 지난해 말(34조866억 원)에 비해 8조 원 넘게 급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악재가 모두 반영되지 않아 하반기 주식시장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며 “ELS 시장도 바닥이 아닐 수 있어 섣부르게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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